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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교육118

열린 마음을 가질 용기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이 책에서 벨 훅스는 자신의 커리어, 직장 이동에 관해 말한다. 정년보장받은 직장, 그것도 아이비리그 대학 교수 자리를 떨쳐버리고 나오는 게 아무리 유명인 벨 훅스라 하더라도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 그는 자신이 왜 그랬는지, 그리고 흑인 페미니스트인 자신이 왜 텍사스의 한 백인 대학(학교 구성원의 거의 대다수가 백인인 대학)으로 갔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자세한 내용은 책에..) 이 부분은 벨 훅스가 그 대학(텍사스의 사우스웨스턴 대학)에서 교수들의 요청으로 입학식 연설을 했을 때의 이야기다. 그는 특별히 공격적이거나 특별히 급진적이지도 않은, 평소와 같은 연설을 했을 뿐이다. 대학에서 공부할 때 무조건 네네 하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며, 비판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을 했다. 그런.. 2021. 6. 4.
지배문화가 학생을 길들이는 방식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지배 문화, dominator culture. 벨 훅스가 이 책에서 계속해서 많이 말하고 있는 어구다. Dominator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 놓은 사회 구조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고, 심지어 '문화'이기도 하다는 것. 지배자 dominator 란 그야말로 억압받는 계층과 대립적인 위치에 있는, 권력자 집단일 것이다. 그런 문화가 학생들에게 학습된 무기력을 심어놓는다. 그래서 학교의 권위주의가 공고히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학습자들이 참여해야 하는 수업을 귀찮아하는 경우를 보았다. 즉 수업시간에 말을 시키면 귀찮아 한다. 할 게 많으면 귀찮아 한다. 어린 대학생들이든, 나이 많은 성인 학습자들이든. 또한 한없이 겸손한 학생들이 있다. 스스로의 역량을 그렇게까지 겸손하게 낮추지 않아도 되는데 한없.. 2021. 5. 14.
과거에 직면함으로 자유로워지기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이 구절은 벨 훅스가 자신의 가족에 관해 말하는 맥락에서이다. 더 구체적으로 하자면, 부모님에게 쓰는 편지글 중 한 부분이다. 벨 훅스가 유명인이 되었는데 하도 본인 글과 강연 등에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다녀서 부모님이 그에 대해 불편해했던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 맥락에서 벨 훅스가 부모님에게 쓴 편지이다. 아마도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거나 타인의 감정을 돌아보는 일을 하도록 훈련받은 적이 없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그러겠지만, 누군가에게 힘든 일이 있을 때 '잊어버려'라고들 흔히 말한다. '다 잊어버리고, 새출발 해'라고도 말한다. 벨 훅스가 이 글에서 콕 집어 꼬집는게 또한 그런 말들과 그런 말 뒤에 감추어져 있는 관점이다. 과거의 고통스런 일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현재에 그 일에 대처하는 한 .. 2021. 5. 7.
당신에게 강의실(교실)이란? [벨 훅스가 말하는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강의를 하면서 가장 좋은 점 중 한가지는 강의실에서 강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즉, 뭐가 됐든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대학에서 한 학기 강의를 할 때, 내 강의계획서를 누구에게 검사받을 필요도 없다. 강의를 망쳤다고 상사에게 혼나거나 승진 점수를 깎이거나 하지도 않는다. 나야 강사라 그렇다 쳐도, 교수들의 직장생활에도 강의가 딱히 중요하지도 않고 대체로 누구도 터치하지 않는다. 벨 훅스는 바로 그 점을 콕 집어 꼬집는다. 교수들이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독재적인 규칙"으로 "통제"하고, 강의실을 자신의 "작은 국가"로 여긴다는 것이다. 그 작은 국가에서 본인은 국왕일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가르치든지간에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다. 그래서 교수 혹은 강사는 강의실에서 혼자 .. 2021. 4. 30.
이론과 실천의 연결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벨 훅스의 교육관련 시리즈 3권 중 국내 미번역서인 'Teaching Community'를 요즘 번역 중에 있습니다. 예전에 이 책으로 페페스터디를 하면서 좋은 구절들을 뽑아서 게시물을 51개나 이미 올려놓았네요. 일주일에 한 개씩 또 올려봅니다. 활동가들은 치열하게 운동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는 것 같고, 학자들은 연구한 것 가지고 글쓰고 말하느라 실천할 시간이 없는 것 같고, 그런 이론과 실천 사이의 간극을 조금씩 더 좁혀보자는 게 벨 훅스가 이런 대중서적을 집필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이론과 실천의 연결, 할 수 있다!!라고 용기를 주네요. 저에게는 항상 힘을 주는 벨 훅스의 글에 오늘도 감사하게 됩니다. 2021. 4. 23.
수요일의 랜선 페미니즘: 저자들과 함께하는 독서모임 포스팅 올리는 것을 잊고 있어서 뒤늦게 올립니다. 온라인 북토크의 열기를 이어가자는 요청도 있었고, 온라인 북토크에서 각 저자분들이 추천해주신 책들이 너무 좋아보여 함께 읽고 싶어서, 책방 달리봄과 페페연구소 공동기획으로 독서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총 3개의 시즌, 7회차에, 7명의 저자분들이 한 회차씩 진행합니다. 현재 시즌1은 잘 마쳤고, 5월에 시즌2 시작을 앞두고 있습니다. ^^ 2021. 4. 22.
어떤 어른?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우리는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 페미니즘책방 '달리봄' 대표 류소연은 부모는 아니지만, 내가 부모가 아니라고 해서, 우리가 사는 사회에 우리가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계속해서 생겨나는 아이들과 살아가며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지 고민한다. 청소년 페미니스트 단체 '위티'의 활동가 양지혜는, 좋은 어른이 많은 세상보다, "나쁜 어른을 만나는게 두렵지 않은 세상", 즉, 나쁜 어른을 제대로 처단하고 걸러낼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이 갖춰진 세상을 꿈꾼다. 개개인의 '노오력'에 기대는 것으로 한계가 있으니 사회 구조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디지털성폭력 문제를 다룬 영화 '얼굴, 그 맞은편'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관람한 뒤, GV에 나온 한사성(한국사이버성폭력대.. 2021. 1. 27.
집에서, 학교에서, 권위 내려놓기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학교와 집, 우리의 일상생활에 만연해있는 권위주의적인 마인드, 가부장적인 마인드를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부모에게 "말"할 수 있고, 학생이 교사에게 "말"할 수 있다. 궁금한 걸 물었을 뿐인데 학교에서 교사에게 "대드는" "버릇없는" 아이가 되어버린 서지해의 말은 교대에 다니며 학생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교대에 입학한 순간부터 교사의 입장에서 아이들이 "기어오르지" 않게 해야한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이미 예비교사 시절을 보낸다는 하영과 장재영의 말과 겹쳐진다. 초중고 뿐 아니라 대학에서도 토론과 합의의 조건이 없다는 김상애의 말과 이어진다. 페미니스트 엄마 이성경의 말이 이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물어보기 전엔 몰랐다고 한다. 아이들이 뽀뽀를 싫어한다는 것을. 세상에나.. 2021. 1. 22.
피해와 가해의 이분법 앞에서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물론 N번방 사건에서는 분명히 피해자와 가해자가 존재한다. 그러기에 온 국민이, 특히 일부 혹은 대다수의 남성들이, 가해자를 악마화하고 정신병자 취급을 하면서 자기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일인 양 선긋기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이 정말로 나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을까. 피해와 가해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며 피해와 가해, 혹은 피해와 피해 아닌 것을 명확히 나눌 수 있는 고정불변의 기준이란 무엇인가. 내가 직접 N번방에 입장하지 않았다고 해서 나 자신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는가. 어린 아이들부터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성차별적 문화를 보고 들으며 온몸으로 배워가는 이 사회를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온 나 자신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는가. 저자들은 바로 여기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해주, 하영, 지해의 말은 .. 2021. 1. 13.
교육이란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교육이란 뭘까. 사람들은 '교육'이라고 말할 때 대부분 마음 속에 일제 시대에 지어진 학교 교실의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교사는 교단에서 말하고 학생들은 자리에 앉아서 듣는 교육. N번방 사건과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는 추적단불꽃 불의 말은(23쪽), 교육이란 기존 사회의 가치관을 그대로 습득하는 사회화가 아니라 기존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질문과 성찰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는 동진의 말(xii쪽)과 만난다. 그리고 그 말들은 성평등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왜'라는 질문이라고 하는 초등교사 해주의 말(136쪽)과 이어진다. 이렇게 말과 말들이 챕터를 넘나들어 만나리라 생각하지 못한 채 각각의 챕터에 의미를 두고 기획한 책이었지만, 나를 포함.. 2021. 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