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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기반한 이론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벨 훅스라고 평탄하게 잘 살아오기만 했던 것은 아니란 것을 기억하자. 그의 여러 책에서 흑인으로서, 여성으로서,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서, 역기능적인 가정에서 어린시절을 보내고 그 상처를 안고 성장한 어른으로서, 상처입은 연애를 하거나 하지 않았던 여성으로서, 그는 자신의 고통을 드러낸다. 내 삶에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우는 것이 성인들의 학습의 경향성이라고 일찌기 1970년대에 노울즈(Malcome Knowles)가 말하지 않았던가. 내 삶에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언어를 찾고, 나보다 먼저 생각하고 고민하고 연구해온 사람들의 글 속에서 해답을 찾고, 그에 기반해 나만의 이론, 혹은 나와 같은 많은 사람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적어도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는 나만의 이론을 만드는 것. 이것이 .. 2022. 1. 24.
치유의 공간인 이론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어렴풋이, 이론과 일상을 연결하는 일에서 공부의 재미를 느끼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런 몇 년 간의 경험이 배움에 관한 나의 근본적인 생각이나 습관을 바꾸지는 못했다. 오히려 나를 바꾼 건 바로 이 구절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론에서 치유의 공간을 발견했다."(p.65) 이 때의 '이론'이 무엇인지에 관한 벨 훅스의 생각은 뒷부분에 나오니까 조금 있다가 살펴보기로 하고. 그 정의가 무엇이든간에, 대학 강의실에서 배우는 이론이, 나의 삶의 상처를 치유하는 공간이라니! 그러면서 이 다음 페이지에 벨 훅스는 어린 시절 가정 내에서 폭력적이고 가부장적인 부모 밑에서 받았던 상처를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이론이 왜 치유의 공간인지를 보다 자세히 설명한다. (게시물이 너무 길어져서 쪼갰습니다. to.. 2022. 1. 13.
벨 훅스와 파울로 프레이리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이 상황의 앞에 벌어졌던 상황 자체부터 일종의 난관이었다. 벨 훅스는 평소에 프레이리 연구에서의 성차별적 측면을 이미 비판해온 바 있었다. 이 만남은 벨 훅스가 산타크루즈 대학의 학생이면서 강의도 하고 있을 때였는데, 아무도 프레이리가 오는 공개강연이 있다는 것을 벨 훅스에게 알려주지 않아 뒤늦게 알았고, 불참자의 자리를 대신하여 겨우 참석했다고 한다. 아무리 벨 훅스라지만 학생이었는데, 강의를 하고 있을 때였다니 대학원생이었을 것 같은데, 교수의 권력, 학계에서 권위자의 권력을 가장 두려워할 때가 사실 그 때인데, 벨 훅스는 용감히 프레이리에게 비판적 질문을 했던 것 같다. 주위 사람들이 그 질문을 막고 평가절하했다니, 도전적인 질문이었겠지. 하지만 프레이리 본인이 그 질문에 집중해주었을 때 벨 훅스는.. 2022. 1. 11.
안전한 공간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일단은 '많은' 교수들이 교실이 안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는 것도 약간 충격이다. 미국이라 그런건가? 근데 벨 훅스의 일침은 그 때의 안전한 공간이란, 교수들에게 안전한 공간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질문으로 도전받을 필요도 없고, 해결할 갈등도 없는, 본인이 준비한 바를 떠들고 나가면 되는 그런 안전한 공간. 하지만 교수의 관점에서 안전해보이는 공간도 학생들, 특히 어떤 특정 계층의 학생들에게는 안전하지 않다는 이야기. 특히 '유색인' 학생들이 안전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구절은 특히 '여'학생들로 바꾸어 생각해볼 수 있겠다. 학습자중심교육이란 강의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 가르치는 데 필요한 모든 개념들 하나하나를 이렇듯 철저하게 '교육자' 중심이 아니라 '학습자' 중심으로, 학습자의 관.. 2022. 1. 5.
당신에게 강의실이란? [벨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어린 시절 흑인학교에서 좋은 경험을 한 벨 훅스는 조금 더 커서는 인종통합정책이란 명목 하에, 멀리 떨어져 있는 백인중심 학교에 다녀야 했다. 교실에서 주체성과 독립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어린 시절 흑인 학교에서 배웠던 것 같다. 그 이후 교실에서 열등한 인종 취급을 받으며 학교에 다녔던 경험에 관해 책에 주욱 나온다. 이 구절은 대학원의 경우다. 은행저금식 교육으로 지식을 여전히 주입받고 권위자에게, 권위자가 말하는 지식에 복종해야 했던 그런 강의실에서, 학생으로서 "사고하는 독립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 힘겹게 싸워야 했다니. 나의 지도교수였던 훌륭한 흑인 여성 와니타 존슨베일리(Professor Juanita Johnson-Bailey)는 그의 책(Sistahs in Colleg.. 2021. 12. 28.
작가가 되고 싶었던 어린 벨 훅스 오벌린대학에서 종신교수로 임명되었을 때 벨 훅스는 우울감에 빠졌다고 책의 첫 페이지에 적고 있다. 세상에 노동자 계급 출신 흑인 소녀가 대학의 교수가 되다니, 모두들 벨 훅스가 안도하고 감격하며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믿었기에 자신의 진짜 감정을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심리치료사인 언니에게 그 이야기를 하자 언니가 일깨워주었다는 말이다. 벨 훅스는 어린 시절부터 작가가 되고 싶어했다는. 그래서 벨 훅스가 작가이자 교수로 살았나 보다. 어릴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은 열망을 간직한 사람이었기에, 대학생일 때부터 "Ain't I a Woman?"으로 시작해서 죽을 때까지 40여권의 그 많은 책들을 썼었나 보다. 벨 훅스가 그 당시 노동자 계급 출신의 흑인 소녀들이 되는 흔한 트랙을 따라 교사가 되.. 2021. 12. 23.
벨 훅스를 추모하며 벨 훅스의 부고를 sns에서 보았다. 어제 12월 15일 자택에서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한 가운데 지병으로 세상을 떴다고 한다. 한동안 주욱 아팠었다고 한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어쩌면 내가 Teaching Community의 한국어판 서문을 부탁하는 이메일을 쓰던 그 때 이미 아팠겠구나 싶었다. 직계가족이 아닌 누군가의 죽음에 이토록 눈물이 나기는 처음인 것 같다. 부고 뉴스를 보며 울었다. 미국 유학 시절, 페미니즘 이론 수업에서 처음으로 책의 한 챕터로 접한 벨 훅스의 글은 그 때 당시 배우는 많은 페미니스트들의 글 중 하나였다. 하지만 내가 벨 훅스의 팬이 되기 시작했던 것은 귀국 후 그의 책 '경계넘기를 가르치기'를 처음 읽고 나서였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이론에서 치유의 공간을 발견했다. .. 2021. 12. 16.
교육이란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벨 훅스의 말도 좋고, 벨 훅스가 이 책에서 자주 인용하는 파커 파머(Parker Palmer)의 말도 좋다. 교육이란 이 세상에서 우리 자신의 자리를 발견하고 주장하는 일이라는 걸, 이 책을 읽기 전 그 어느 책에서도 딱히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교육이 "삶의 생명력을 새롭게 하는 일"이라니. 나는 다음 학기에 할 강의에서 학생들이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과 자기의 자리를 발견하고 주장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 또 생각하고 고민하게 된다. 2021. 7. 22.
텔레비전 보지 않기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아무리 요즘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다르다 하더라도, 분명히 성차별적인 요소들이 심지어 알아차리지도 못하게 곳곳에 은밀하게 깔려있을 것이다. 온갖 프로그램들에, 광고들에. 나는 텔레비전을 보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그러니 성차별적인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되고, 성차별적인 프로그램을 보면서 혼자 갈등하지 않아도 되어서 정말로 속 편해서 좋다. 대신 넷플릭스를 보고, 영화를 보고,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를 찾아보는 일은 하고 있으니, 어차피 뭔가 성차별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텔레비전만큼 강력하지는 않아서 살만하다. 성차별 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속에는 기존의 집단 즉 지배 집단의 온갖 편견이 가득하다. 벨 훅스가 자주 쓰는 말 '제국주의적 백인우월주의적 자본주의적 가부장제'. .. 2021. 6. 17.
교육에서 진짜로 배워야 하는 것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내가 개인적을 벨 훅스를 좋아하는 것 말고도, 미국 내에서 벨 훅스의 영향력이 어땠는지가 궁금해진다. 벨 훅스가 이 부분에서 주장한 것처럼, 페미니즘 기반의, 그 어떤 이데올로기도 주입하지 않는, 대중 기반의 정치 운동이 만들어졌을까. 물론 미국사회는 우리보다 더 오래 전부터 다양성에 민감했고, 내가 2000년대 초중반에 가서 공부할 당시 이미 대학의 모든 수업에서 race, gender, class, sexuality의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었다. 성인교육 전공이라는 특성도 있었겠지만.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치 않아서 벨 훅스가 이렇게 말한 거라면, 우리나라는 얼마나 한참 더 나아가야 하는 걸까.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고 나가야 할 것은 '마음을 여는 법', '열정적으로 공부하는 법.. 2021. 6.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