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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스터디116

교육이란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벨 훅스의 말도 좋고, 벨 훅스가 이 책에서 자주 인용하는 파커 파머(Parker Palmer)의 말도 좋다. 교육이란 이 세상에서 우리 자신의 자리를 발견하고 주장하는 일이라는 걸, 이 책을 읽기 전 그 어느 책에서도 딱히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교육이 "삶의 생명력을 새롭게 하는 일"이라니. 나는 다음 학기에 할 강의에서 학생들이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과 자기의 자리를 발견하고 주장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 또 생각하고 고민하게 된다. 2021. 7. 22.
텔레비전 보지 않기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아무리 요즘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다르다 하더라도, 분명히 성차별적인 요소들이 심지어 알아차리지도 못하게 곳곳에 은밀하게 깔려있을 것이다. 온갖 프로그램들에, 광고들에. 나는 텔레비전을 보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그러니 성차별적인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되고, 성차별적인 프로그램을 보면서 혼자 갈등하지 않아도 되어서 정말로 속 편해서 좋다. 대신 넷플릭스를 보고, 영화를 보고,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를 찾아보는 일은 하고 있으니, 어차피 뭔가 성차별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텔레비전만큼 강력하지는 않아서 살만하다. 성차별 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속에는 기존의 집단 즉 지배 집단의 온갖 편견이 가득하다. 벨 훅스가 자주 쓰는 말 '제국주의적 백인우월주의적 자본주의적 가부장제'. .. 2021. 6. 17.
교육에서 진짜로 배워야 하는 것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내가 개인적을 벨 훅스를 좋아하는 것 말고도, 미국 내에서 벨 훅스의 영향력이 어땠는지가 궁금해진다. 벨 훅스가 이 부분에서 주장한 것처럼, 페미니즘 기반의, 그 어떤 이데올로기도 주입하지 않는, 대중 기반의 정치 운동이 만들어졌을까. 물론 미국사회는 우리보다 더 오래 전부터 다양성에 민감했고, 내가 2000년대 초중반에 가서 공부할 당시 이미 대학의 모든 수업에서 race, gender, class, sexuality의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었다. 성인교육 전공이라는 특성도 있었겠지만.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치 않아서 벨 훅스가 이렇게 말한 거라면, 우리나라는 얼마나 한참 더 나아가야 하는 걸까.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고 나가야 할 것은 '마음을 여는 법', '열정적으로 공부하는 법.. 2021. 6. 11.
열린 마음을 가질 용기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이 책에서 벨 훅스는 자신의 커리어, 직장 이동에 관해 말한다. 정년보장받은 직장, 그것도 아이비리그 대학 교수 자리를 떨쳐버리고 나오는 게 아무리 유명인 벨 훅스라 하더라도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 그는 자신이 왜 그랬는지, 그리고 흑인 페미니스트인 자신이 왜 텍사스의 한 백인 대학(학교 구성원의 거의 대다수가 백인인 대학)으로 갔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자세한 내용은 책에..) 이 부분은 벨 훅스가 그 대학(텍사스의 사우스웨스턴 대학)에서 교수들의 요청으로 입학식 연설을 했을 때의 이야기다. 그는 특별히 공격적이거나 특별히 급진적이지도 않은, 평소와 같은 연설을 했을 뿐이다. 대학에서 공부할 때 무조건 네네 하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하며, 비판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을 했다. 그런.. 2021. 6. 4.
강의실에서의 에로스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페페스터디에서 함께 읽으면서도 논란이 되었던 챕터, 강의실에서의 에로스적인 사랑,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챕터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수도없이 번진 대학의 스쿨미투, 즉 남교수의 여학생에 대한 성폭력의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벨 훅스는 교수와 학생간의 연애관계가 폭력과 학대로 시작하거나 그렇게 되어가는 것에 주의하고 그런 점을 비판하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교수와 학생간의 연애를 금지하고 규제하고 처벌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는 견지를 이어간다. 가장 공감되었던 문장은, 열정적으로 가르치다 보면 어떤 강의실에서든 에로틱한 에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기분나쁜 구석도 있었고, '지금의 대한민국 백래시를 본다면 벨 훅스가 이렇게 말 못할 거야~'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챕터 전.. 2021. 5. 21.
지배문화가 학생을 길들이는 방식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지배 문화, dominator culture. 벨 훅스가 이 책에서 계속해서 많이 말하고 있는 어구다. Dominator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 놓은 사회 구조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고, 심지어 '문화'이기도 하다는 것. 지배자 dominator 란 그야말로 억압받는 계층과 대립적인 위치에 있는, 권력자 집단일 것이다. 그런 문화가 학생들에게 학습된 무기력을 심어놓는다. 그래서 학교의 권위주의가 공고히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학습자들이 참여해야 하는 수업을 귀찮아하는 경우를 보았다. 즉 수업시간에 말을 시키면 귀찮아 한다. 할 게 많으면 귀찮아 한다. 어린 대학생들이든, 나이 많은 성인 학습자들이든. 또한 한없이 겸손한 학생들이 있다. 스스로의 역량을 그렇게까지 겸손하게 낮추지 않아도 되는데 한없.. 2021. 5. 14.
사랑하는, 혹은 사랑하지 않는 가족에게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당신들이 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해 나를 잘 길러준 것에 감사드립니다. 당신들 자신도 원가족에서의 아픔과 상처와 트라우마를 지닌 외로운 인간들로서, 그래도 애써서 저를 잘 길러준 것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그 모든 폭력의 순간들, 언어적 폭력, 신체적 폭력, 혹은 정서적 방임, 정서적 학대, 그 모든 순간들을 잊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당신들이 부모로서의 할 일을 다 하지 않았던 그 모든 순간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품좋은 벨 훅스처럼 모두 용서했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다만 그 벨 훅스가 말한 것처럼, without shame, 수치스러워하지 않고 그 과거에 직면함으로써 스스로 치유받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고자 합니다. 당신들이 생존해 있었으면 아무리 강력 멘탈인 나로서도 .. 2021. 5. 7.
과거에 직면함으로 자유로워지기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이 구절은 벨 훅스가 자신의 가족에 관해 말하는 맥락에서이다. 더 구체적으로 하자면, 부모님에게 쓰는 편지글 중 한 부분이다. 벨 훅스가 유명인이 되었는데 하도 본인 글과 강연 등에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다녀서 부모님이 그에 대해 불편해했던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 맥락에서 벨 훅스가 부모님에게 쓴 편지이다. 아마도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거나 타인의 감정을 돌아보는 일을 하도록 훈련받은 적이 없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그러겠지만, 누군가에게 힘든 일이 있을 때 '잊어버려'라고들 흔히 말한다. '다 잊어버리고, 새출발 해'라고도 말한다. 벨 훅스가 이 글에서 콕 집어 꼬집는게 또한 그런 말들과 그런 말 뒤에 감추어져 있는 관점이다. 과거의 고통스런 일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현재에 그 일에 대처하는 한 .. 2021. 5. 7.
당신에게 강의실(교실)이란? [벨 훅스가 말하는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강의를 하면서 가장 좋은 점 중 한가지는 강의실에서 강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즉, 뭐가 됐든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대학에서 한 학기 강의를 할 때, 내 강의계획서를 누구에게 검사받을 필요도 없다. 강의를 망쳤다고 상사에게 혼나거나 승진 점수를 깎이거나 하지도 않는다. 나야 강사라 그렇다 쳐도, 교수들의 직장생활에도 강의가 딱히 중요하지도 않고 대체로 누구도 터치하지 않는다. 벨 훅스는 바로 그 점을 콕 집어 꼬집는다. 교수들이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독재적인 규칙"으로 "통제"하고, 강의실을 자신의 "작은 국가"로 여긴다는 것이다. 그 작은 국가에서 본인은 국왕일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가르치든지간에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다. 그래서 교수 혹은 강사는 강의실에서 혼자 .. 2021. 4. 30.
이론과 실천의 연결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벨 훅스의 교육관련 시리즈 3권 중 국내 미번역서인 'Teaching Community'를 요즘 번역 중에 있습니다. 예전에 이 책으로 페페스터디를 하면서 좋은 구절들을 뽑아서 게시물을 51개나 이미 올려놓았네요. 일주일에 한 개씩 또 올려봅니다. 활동가들은 치열하게 운동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는 것 같고, 학자들은 연구한 것 가지고 글쓰고 말하느라 실천할 시간이 없는 것 같고, 그런 이론과 실천 사이의 간극을 조금씩 더 좁혀보자는 게 벨 훅스가 이런 대중서적을 집필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이론과 실천의 연결, 할 수 있다!!라고 용기를 주네요. 저에게는 항상 힘을 주는 벨 훅스의 글에 오늘도 감사하게 됩니다. 2021. 4.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