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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과 상황 382호 커버스토리] 희망을 발견하게 하는 힘, 배움 기독교 잡지 '복음과 상황' 382호, 2022년 9월호 커버스토리로 제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어느 날 이메일을 한 통 받았습니다. 벨 훅스의 신간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벨 훅스, 당신과 나의 공동체'를 찾아 읽다가 거기에 실린 저의 역자 서문을 보고 페페연구소를 찾아보게 되었다는 분이 있었습니다. 블로그와 브런치, 제가 출간하거나 번역한 다른 책들과 그 책의 서문들도 꼼꼼히 읽어보시고, 왜 저를 인터뷰하고 싶은지를 차분히 적어 보내준 이메일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된 '복음과 상황'의 강동석기자님은 저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생각하게 하는 질문들을 가득 가지고 와 주셨습니다. 그래서 인터뷰하는 그 과정 자체가 저에게는 또 다른 배움의 장이었습니다. 인쇄본과 온라인판은 약간 사진이나 편집이 다르지.. 2022. 9. 3.
벨 훅스, 당신과 나의 공동체 지금까지 당신의 삶에 "공동체"가 있었나요? 있었다면 어떤 공동체인가요? 없었다면, 어떤 공동체가 '지금' 당신의 삶에 있다면 좋을까요? 혹은 '강의실'이 '공동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요? 강의실에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는 가장 급진적인 상상력, 거리에 나가 시위를 하는 것도 저항과 투쟁이지만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사랑으로 섬기며 가르치고 배우는 것 역시 강력한 저항과 투쟁이라는 것을 저는 이 책에서 배웠습니다. 일선 현장에서 투쟁하는 페미니스트들에 비해 내가 한 발 뒤로 물러나 있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기도 했던 시간들을 벨 훅스에게 인정받고 격려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여러분들 모두가, 내가 만나는 사람들, 내가 만들어가는 교육장면에서, 어떤.. 2022. 6. 29.
2022 페페스터디 시즌 1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온라인 독서모임]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공부와 실천을 함께 할 분들을 '2022 페페스터디 시즌 1'에 초대합니다! 날짜: 2.10~4.14. 매주 목요일. 총 10회. 시간: 저녁 7:30~9:30 방식: 줌(Zoom) 화상회의 진행: 페페연구소 대표 김동진 참가비: 5만원 (기존의 페페연구소 프로그램 참여자는 3만원) 신청: 구글 신청폼 (https://forms.gle/di1jNVnZWr6V1vzb9) 신청 마감: 2.2.까지 문의: happylearner@gmail.com 혹은 인스타 DM(@fepe_dongjijn) '페페스터디'는 페페연구소의 출발 이래로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관련 영어 책과 영어 논문을 지속적으로 함께 읽어온 모임입니다. 2019~2020년에는 페미니즘 책방 '달리,봄'과 협업으로, 2021년.. 2022. 1. 19.
치유의 공간인 이론 2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우리가 학문적인 이론을 가지고 분석하는 것이 무엇인가. 타인과 타인의 경험만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벨 훅스는 자신의 경험을 분석한다고 말한다. 나의 삶, 나의 경험, 내 삶에서의 상처까지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분석함으로써, 그래서 그 상처를 '설명'함으로써 상처가 사라지도록 하는 것이 이론 작업이라고 말한다. 29살에 처음으로 페미니즘을 공부를 통해 만났지만 그 동안 살아온 삶의 습관 때문에 내 삶이 갑자기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았다. 30살에 첫 아이를 출산하고, 31살에 아이를 한국으로 시어머니에게 맡겨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나도 그 때 미친듯이 책을 찾았던 것 같다. 여성이 아이를 키우며 자기 일을 하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데 왜 아무도 나에게 말해주지 않은 걸까, 이건 왜 이렇게 힘들.. 2022. 1. 15.
치유의 공간인 이론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어렴풋이, 이론과 일상을 연결하는 일에서 공부의 재미를 느끼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런 몇 년 간의 경험이 배움에 관한 나의 근본적인 생각이나 습관을 바꾸지는 못했다. 오히려 나를 바꾼 건 바로 이 구절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론에서 치유의 공간을 발견했다."(p.65) 이 때의 '이론'이 무엇인지에 관한 벨 훅스의 생각은 뒷부분에 나오니까 조금 있다가 살펴보기로 하고. 그 정의가 무엇이든간에, 대학 강의실에서 배우는 이론이, 나의 삶의 상처를 치유하는 공간이라니! 그러면서 이 다음 페이지에 벨 훅스는 어린 시절 가정 내에서 폭력적이고 가부장적인 부모 밑에서 받았던 상처를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이론이 왜 치유의 공간인지를 보다 자세히 설명한다. (게시물이 너무 길어져서 쪼갰습니다. to.. 2022. 1. 13.
불편함을 이야기하기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구체적인 전략이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벨 훅스가 했던 일들 중에서 이것저것 가르칠 때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비판적 사고를 하게 될수록, 사회 구조의 부조리를 보게 될수록, 일상의 모든 것이 불편해진다. 지난학기 수강생 중 한 명도, 늘 편안하게 보던 각종 미디어들이 조금씩 불편해지기 시작했고 생각하며 보게 되었다고 했다. 벨 훅스가 한 것은 그 불편함까지도 강의실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준 것이다. 특히 명절, 여기서는 휴가(holidays)라고 했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연휴나 명절에 버금가는 것도 holiday라고 하니까. 아무튼 우리나라로 치면 명절에 집에 다녀와서 어땠니? 하고 물어보는 거다. 그러면 아마도 그 동안 당연시했던 성별 불평등한 명절 가사노동을 관찰 혹은 경험한.. 2022. 1. 9.
강의실에서, 서로의 목소리 듣기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오래 전 이 책을 읽으며 바로 이 부분에 꽂혀서, 그로부터 얼마 후 내가 하는 강의에서도 항상 학생들이 글을 써오게 해서 그 글을 수업에서 읽도록 해왔다. 나도 처음 시도해보는 거라서 처음에는 대학원 수업에서 조심스럽게, 점수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배점 내에서 시도했다. 다만 이 때의 글이 수업의 내용에 관한 학술적인 글이 아니라, 무엇이든 본인 주변에서 최근에 본인이 관심갖고 있는 바에 대해 약간 조사해서 자신의 생각을 쓰도록 했다. 그 글을 수업에서 읽으면 그 내용에 대해 다같이 토론했다. 한 번도 안 해본 것을 시도하는 나로서도 조금의 두려움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던 경험인 듯 해서 얼마 후에는 조금 더 큰 비중을 두고, 그리고 학부 강의를 하게 되자 학부 강의에서도 시도해 보았다. 아직도 .. 2022. 1. 7.
꼰대성과 참여교육 사이 어딘가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이 챕터의 제목은 '참여 교육'(Engaged Pedagogy)이다. 'engage'란 끌어들이다, 관계맺다 라는 뜻이 있고, 그런 의미에서 서로가 서로의 존재에, 삶에 관계를 맺는 교육이란 의미에서 '참여 교육'도 괜찮은 번역인 것 같다. 이 챕터에서 벨 훅스는 학생들의 삶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교육을 말한다. 그러면서 교육자가 자기 자신의 경험을 드러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말한다. 소규모로 진행되었던 지난학기 대학원 수업에서 어떤 대학원생이 나의 개인적인 삶에 관해 콕 집어 질문한 적이 있다. 기혼여성으로서 본인이 어떻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곁들이면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사실 그런 이야기는 대면수업이었으면 수업 끝나고 밥 먹으면서 혹은 차 마시면서 나눌만한 이야기였다고 .. 2022. 1. 3.
변화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대학의 강의실에서 본인이 어떻게 가르치는지에 관해, 강의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해 "상세하고 깊이있게" 이야기하는 대학 교수/강사들은 많지 않다. 대학 교수들의 직업경로에서 수업이란, 특별히 못 했을 때 벌점으로나 반영될만한 것이다.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는 것이 승진의 기준점이다. 전통적인 커리어 트랙에서 강사들은 대체로, 대학에서 하는 강사 생활을 어딘가 더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한 발판으로 여긴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 대학에 교수로 취업할 때까지, 혹은 연구소에 정규직 연구원으로 취업할 때까지, 이력서를 채워야 해서 하는 일쯤으로. 그런 시스템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공이 교육학도 아닌 벨 훅스가 교육에 관해 이토록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하고 말하고 쓴 글이 더욱 더 소중하다. 언젠가 아주 오래 전에.. 2021. 12. 30.
당신에게 강의실이란? [벨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어린 시절 흑인학교에서 좋은 경험을 한 벨 훅스는 조금 더 커서는 인종통합정책이란 명목 하에, 멀리 떨어져 있는 백인중심 학교에 다녀야 했다. 교실에서 주체성과 독립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어린 시절 흑인 학교에서 배웠던 것 같다. 그 이후 교실에서 열등한 인종 취급을 받으며 학교에 다녔던 경험에 관해 책에 주욱 나온다. 이 구절은 대학원의 경우다. 은행저금식 교육으로 지식을 여전히 주입받고 권위자에게, 권위자가 말하는 지식에 복종해야 했던 그런 강의실에서, 학생으로서 "사고하는 독립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 힘겹게 싸워야 했다니. 나의 지도교수였던 훌륭한 흑인 여성 와니타 존슨베일리(Professor Juanita Johnson-Bailey)는 그의 책(Sistahs in Colleg.. 2021.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