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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훅스/경계넘기를 가르치기

변화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by 페페연구소 2021.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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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강의실에서 본인이 어떻게 가르치는지에 관해, 강의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해 "상세하고 깊이있게" 이야기하는 대학 교수/강사들은 많지 않다. 대학 교수들의 직업경로에서 수업이란, 특별히 못 했을 때 벌점으로나 반영될만한 것이다.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는 것이 승진의 기준점이다. 전통적인 커리어 트랙에서 강사들은 대체로, 대학에서 하는 강사 생활을 어딘가 더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한 발판으로 여긴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 대학에 교수로 취업할 때까지, 혹은 연구소에 정규직 연구원으로 취업할 때까지, 이력서를 채워야 해서 하는 일쯤으로. 그런 시스템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공이 교육학도 아닌 벨 훅스가 교육에 관해 이토록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하고 말하고 쓴 글이 더욱 더 소중하다. 언젠가 아주 오래 전에 대학원 수업때 이 책('경계넘기를 가르치기')을 읽을 것을 수업의 과제로 내어준 적이 있다. 어떤 대학원생 한 명이, 이런 얘기는 옛날부터 있어왔고 새로운 얘기도 아닌데 왜 또 하는지 모르겠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글쎄, 옛날부터 있어온 이런 이야기를 어디에서 듣거나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학 강의실에 변화를 가져오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지 오래 되도록 지금까지 왜 현실은 아무 변화가 없을까? 이 책이 나온지 오래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은 그런 현실이 바로 문제다, 라고 말했던 것 같다. 교육학 전공자 중에서 우리 말고 또 누가 이 책을 읽었을 것 같냐고, 기존의 학문이란 전부 남성중심적 권위주의적으로 돌아가고 있어서 이런 텍스트가 중요하게 취급받지 않는다고, 아마 그렇게 말했을 수도 있겠다. (오래되어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지금 말한다면 그렇게 말할 것 같다.)

번역된 벨 훅스의 책이 굉장히 많은데,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나 '올 어바웃 러브'까지는 읽은 사람들이 많지만 교육에 관한 책이 되면 독자가 확 줄어드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을 주변에서 별로 보지 못했다.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많지만, 범위를 페미니즘 '교육'으로 구체화하면 관심가진 이들이 역시 확 줄어드는 느낌이다. 그래도, 한 해 동안 페페연구소와 함께 했던 얼굴들을 생각하며, 역시 내가 할 일은 교육에 관해 고민하는 일, 더 잘 배우는 일에 관해 고민하는 일이라고 스스로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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