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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책추천31

강의실에서, 서로의 목소리 듣기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오래 전 이 책을 읽으며 바로 이 부분에 꽂혀서, 그로부터 얼마 후 내가 하는 강의에서도 항상 학생들이 글을 써오게 해서 그 글을 수업에서 읽도록 해왔다. 나도 처음 시도해보는 거라서 처음에는 대학원 수업에서 조심스럽게, 점수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배점 내에서 시도했다. 다만 이 때의 글이 수업의 내용에 관한 학술적인 글이 아니라, 무엇이든 본인 주변에서 최근에 본인이 관심갖고 있는 바에 대해 약간 조사해서 자신의 생각을 쓰도록 했다. 그 글을 수업에서 읽으면 그 내용에 대해 다같이 토론했다. 한 번도 안 해본 것을 시도하는 나로서도 조금의 두려움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던 경험인 듯 해서 얼마 후에는 조금 더 큰 비중을 두고, 그리고 학부 강의를 하게 되자 학부 강의에서도 시도해 보았다. 아직도 .. 2022. 1. 7.
교육이란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벨 훅스의 말도 좋고, 벨 훅스가 이 책에서 자주 인용하는 파커 파머(Parker Palmer)의 말도 좋다. 교육이란 이 세상에서 우리 자신의 자리를 발견하고 주장하는 일이라는 걸, 이 책을 읽기 전 그 어느 책에서도 딱히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교육이 "삶의 생명력을 새롭게 하는 일"이라니. 나는 다음 학기에 할 강의에서 학생들이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과 자기의 자리를 발견하고 주장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 또 생각하고 고민하게 된다. 2021. 7. 22.
지배문화가 학생을 길들이는 방식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지배 문화, dominator culture. 벨 훅스가 이 책에서 계속해서 많이 말하고 있는 어구다. Dominator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 놓은 사회 구조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고, 심지어 '문화'이기도 하다는 것. 지배자 dominator 란 그야말로 억압받는 계층과 대립적인 위치에 있는, 권력자 집단일 것이다. 그런 문화가 학생들에게 학습된 무기력을 심어놓는다. 그래서 학교의 권위주의가 공고히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학습자들이 참여해야 하는 수업을 귀찮아하는 경우를 보았다. 즉 수업시간에 말을 시키면 귀찮아 한다. 할 게 많으면 귀찮아 한다. 어린 대학생들이든, 나이 많은 성인 학습자들이든. 또한 한없이 겸손한 학생들이 있다. 스스로의 역량을 그렇게까지 겸손하게 낮추지 않아도 되는데 한없.. 2021. 5. 14.
과거에 직면함으로 자유로워지기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이 구절은 벨 훅스가 자신의 가족에 관해 말하는 맥락에서이다. 더 구체적으로 하자면, 부모님에게 쓰는 편지글 중 한 부분이다. 벨 훅스가 유명인이 되었는데 하도 본인 글과 강연 등에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다녀서 부모님이 그에 대해 불편해했던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 맥락에서 벨 훅스가 부모님에게 쓴 편지이다. 아마도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거나 타인의 감정을 돌아보는 일을 하도록 훈련받은 적이 없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그러겠지만, 누군가에게 힘든 일이 있을 때 '잊어버려'라고들 흔히 말한다. '다 잊어버리고, 새출발 해'라고도 말한다. 벨 훅스가 이 글에서 콕 집어 꼬집는게 또한 그런 말들과 그런 말 뒤에 감추어져 있는 관점이다. 과거의 고통스런 일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현재에 그 일에 대처하는 한 .. 2021. 5. 7.
이론과 실천의 연결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벨 훅스의 교육관련 시리즈 3권 중 국내 미번역서인 'Teaching Community'를 요즘 번역 중에 있습니다. 예전에 이 책으로 페페스터디를 하면서 좋은 구절들을 뽑아서 게시물을 51개나 이미 올려놓았네요. 일주일에 한 개씩 또 올려봅니다. 활동가들은 치열하게 운동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는 것 같고, 학자들은 연구한 것 가지고 글쓰고 말하느라 실천할 시간이 없는 것 같고, 그런 이론과 실천 사이의 간극을 조금씩 더 좁혀보자는 게 벨 훅스가 이런 대중서적을 집필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이론과 실천의 연결, 할 수 있다!!라고 용기를 주네요. 저에게는 항상 힘을 주는 벨 훅스의 글에 오늘도 감사하게 됩니다. 2021. 4. 23.
포르노그래피의 등장 - 16세기 이탈리아 [포르노그래피의 발명] 이 책에서는 16세기 이탈리아에서 그림과 소설의 형태로 등장한 것을 포르노그래피의 시초로 보고 있다. 그 이전까지는 높으신 분들만 향유하던 것을 인쇄술이 발달하여 대중들이 누리게 되면서 높으신 분들이 걱정했다는 이야기도.. 포르노그래피를 이해한다는 것은 서구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고, 심지어 소설이라는 문학 장르가 어떻게 처음에 발달하게 되었는지와도 연관되는 일이구나.. 깊이있는 사회 문화 역사 공부가 모든 인간사를 이해하는 데에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2020. 8. 20.
젠더 트러블 - 누가 무엇을 규정할 수 있는가 정말로 그렇다. 우리가 어떤 특정한 젠더를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를 누가 어떻게 판단하고 규정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젠더 트러블'이란 제목의 이 책에서 젠더를 샅샅이 파헤치며 뒤집는 일을 한다 해서, 주디스 버틀러가 어떤 특정한 형태의 젠더로 살아야 한다고 규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 점을 서문에서 분명히 하고 있다. 2020. 8. 6.
젠더 트러블 - 성차별주의와 페미니즘 관점의 젠더와 섹슈얼리티 젠더는 여성에게 항상 복종의 기호다. a sign of subordination. 그러니까 여성에게 젠더란 여성이 항상 다른 성 즉 남성에 족송되게 만드는 것이다. 조금 갸우뚱했던 문장은 원문을 읽으니 확실해졌다. 젠더가 전복되거나 소거될 수 밖에 없다?는 문장. 원문에는 gender “should” be overthrown, eliminated ... 라고 되어있다. 젠더가 여성을 종속적인 위치에 두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젠더는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없어지거나 전복되거나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본 젠더이다. 젠더를 전복하거나, 젠더를 없애거나, 젠더가 모호해지도록 만든다. 주디스 버틀러는 그 방법으로 drag 즉 다른 성의 옷을 입는 것을 예로 제시했는데, 9년 뒤의 개정판.. 2020. 8. 5.
젠더 트러블 - 발간 30주년! 세상에나. 햇수를 세어보니 벌써 30년이다. 젠더 트러블 영문 초판이 1990년에 나왔으니! 이제는 고전 중의 고전이며 옛날 책이 되어버린 젠더 트러블이네! 읽을 일이 있어서 모국어로 읽으려고 사두기만 하고 읽지 않았던 책을 꺼내들었다가, 문득 옛날의 나는 어느 구절에 밑줄쳤을까가 궁금해서 박사공부할 때 미국에서 읽었던 영어책을 꺼내들었다. 꺼내든 순간 그리움이 물씬~~~~ 주디스 버틀러는 이 책이 출간되기 전 1989년부터 이미 자신의 전공분야에 만연한 이성애적 가정을 어떻게하면 잘 비판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배경으로 이 책을 썼나보다. 가능한 범위에서, 영어책 원문과 비교해가며 읽기를 하면서 포스팅을 만들었다. 이 어려운 책을 매끄러운 한글로 번역하신 역자(조현준선생님)의 문장들을 비판하려는 것은 절.. 2020. 7. 29.
섹스란 무엇인가 [안드레아 드워킨. 포르노그래피] "포르노그래피의 장면이 신뢰성을 가지려면 여성은 얼마나 인간 이하의 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라는 안드레아 드워킨의 질문을 거꾸로 말해보자. 즉, 여성이 얼마나 인간 이하의 존재로 취급당하기에 포르노그래피의 장면이 신뢰성을 가지는 것일까? 그래봤자 비참한 질문이긴 매한가지이지만. 남성은 정말 포르노를 봐야만 자위를 할 수 있는 것일까? 왜 손으로 혼자 해결하지 못하는 것일까? 포르노에 물든 나머지 애인과 섹스를 할 때에도 포르노 장면을 떠올려야만 사정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면(게일 다인스, 포르노랜드), 남성에게 섹스란 아니 사정이란 무엇인가? 도대체 남자에게 섹스란 뭘까? 사정을 해서 정액을 배출하고 오르가즘을 느끼는 것이 섹스의 목적이라면, 얼마든지 혼자 해도 되지 않나? 여성도 마찬가지로, 몸의 .. 2020.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