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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훅스/경계넘기를 가르치기

강의실에서, 서로의 목소리 듣기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by 페페연구소 2022.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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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이 책을 읽으며 바로 이 부분에 꽂혀서, 그로부터 얼마 후 내가 하는 강의에서도 항상 학생들이 글을 써오게 해서 그 글을 수업에서 읽도록 해왔다. 나도 처음 시도해보는 거라서 처음에는 대학원 수업에서 조심스럽게, 점수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배점 내에서 시도했다. 다만 이 때의 글이 수업의 내용에 관한 학술적인 글이 아니라, 무엇이든 본인 주변에서 최근에 본인이 관심갖고 있는 바에 대해 약간 조사해서 자신의 생각을 쓰도록 했다. 그 글을 수업에서 읽으면 그 내용에 대해 다같이 토론했다. 

한 번도 안 해본 것을 시도하는 나로서도 조금의 두려움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던 경험인 듯 해서 얼마 후에는 조금 더 큰 비중을 두고, 그리고 학부 강의를 하게 되자 학부 강의에서도 시도해 보았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코로나 이전) 40여명 정도 되던 강의실에서 마른 몸으로  나와 앞에 서서 자신의 섭식장애에 관한 글을 읽으며 눈물을 쏟던 A. 편의점에서 알바 하다가 스토킹 당했던 경험을 이야기할 때 목소리와 몸이 떨리던 B. 그런 B와 함께 그룹으로 둘러앉아 서로 공감하며 비슷한 경험을 쏟아내던 C와 D와 E 등등 모두들. 서로가 서로의 목소리를, 그 다양한 목소리로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존중의 실천'이라고 벨 훅스는 말한다.

그 때의 그 학생들이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든, 그 때 그 강의실에서 서로를 '존중'했던 경험,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던 경험, 그 몸의 경험을 가지고 다른 곳에서도 힘을 내어 잘 살아가고 있다면 좋겠다. 

그나저나 벨 훅스는 지금의 코로나 팬데믹 환경에서 온라인 강의만 해야 하는 이 현실에 대해 뭐라고 말할까 궁금하다. 아무리 "흥이 나는 강의실로 만드는 방법을 담은 구체적 청사진을 제공하지는 않(p.18)"은 것이 "참여 교육은 각 수업을 모두 별개로 인지해야 하고, 그에 따라 각각 새로운 가르침의 경험을 모두 제안하려면 전략이 지속적으로 변화되고, 만들어지고, 재개념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훼손"(p.18)되기 때문이라고 써 주긴 했지만. 온라인 상황이라 글을 읽지는 않고 미리 게시판에 올리도록 한 것, 발표자가 많고 시간이 짧아서 모든 발표자의 목소리를 메인화면에서 듣지는 못하고 발표자들을 각 소회의실로 보내야만 했던 것,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까. 언젠가 대면수업이 온전히 가능해지기만을 바라며 기다려야 할까. 각 학생의 "목소리"를 온라인에서도 효과적으로 들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야 할까. 아 그래서 전략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키고, 재개념화하라고 했나보다. 참여 교육이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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