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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훅스/경계넘기를 가르치기

불편함을 이야기하기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by 페페연구소 2022.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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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전략이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벨 훅스가 했던 일들 중에서 이것저것 가르칠 때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비판적 사고를 하게 될수록, 사회 구조의 부조리를 보게 될수록, 일상의 모든 것이 불편해진다. 지난학기 수강생 중 한 명도, 늘 편안하게 보던 각종 미디어들이 조금씩 불편해지기 시작했고 생각하며 보게 되었다고 했다. 

벨 훅스가 한 것은 그 불편함까지도 강의실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준 것이다. 특히 명절, 여기서는 휴가(holidays)라고 했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연휴나 명절에 버금가는 것도 holiday라고 하니까. 아무튼 우리나라로 치면 명절에 집에 다녀와서 어땠니? 하고 물어보는 거다. 그러면 아마도 그 동안 당연시했던 성별 불평등한 명절 가사노동을 관찰 혹은 경험한 바를 학생들이 이야기하겠지. 

하지만 그 동안 내가 굳이 명절 후 이런 주제로 토론을 시키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나의 명절 자체가 비루해서였던 것 같다. 아 여기에 구구절절 적으려니 그것도 너무 구차하고 싫다. (혹시 구차한 저의 명절 스토리가 궁금한 분들은 저의 브런치에 가시면 있습니다. https://brunch.co.kr/@fepe2019/5

나의 비루하고 비참한 14년간의 명절노동을 생각하다 보니 결혼하지 않았던 벨 훅스에 대한 부러움이 올라왔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벨 훅스가 말한 것은 특히 백인 학생들이 자신의 강의실에서 비판적 사고를 배우고 집에 돌아갔을 때 자신의 백인 부모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런 경험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도록 한다는 말이었다. 그렇게 따지자면 벨 훅스는 그의 여러 책에서 지독히도 자신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드러내보인 사람이다. 자신의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자매들과 남자형제 등등 자신의 어린시절부터 불특정 다수의 대중들에게 드러내보인 사람이었다. 어쩌면 구차하고 비루했을 이야기까지. 

역시 벨 훅스는 인품좋은 사람이었으리라는 나의 추측은 아무래도 맞을 것 같다. 얼마만큼의 고민과 실천력이 더 더 더 쌓이면 나도 벨 훅스만큼, 상처입을 것을 감내하면서도 강의실에서 공익을 위해 나 자신을 드러내놓을 수 있을지 오늘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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