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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2019 서울국제여성영화제7

새로운 편집본으로 본 '길모퉁이 가게' 세어보니 여성영화제 기간 8일 중 총 6일동안 여성영화제에 출근을 했다. 페페 연구소 블로그를 열어놓고, 일단 여성영화제 영화들 리뷰로 글을 시작해보자는 마음에서 야심차게 계획했던 것인데, 사실 이제는 소화할 시간 없이 너무 많은 음식을 밀어넣어서 약간 토할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도 이 영화 '길모퉁이 가게'는 정선여성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두 번이나 봤던 거라 내용은 다 아니까, 이번에 편집을 새롭게 해서 달라졌다니 그런 의미에서 가보자 싶었다. 게다가 페페스터디 팀원들 두 명도 관심을 표했고, 마침 감독님의 초대권도 받을 수 있어서, 약간 토할 것 같았지만 그래도 룰루랄라~ 하며 오늘도 월드컵경기장으로 출근했다. 초대권이란 이렇게 생긴 것~~!! 음하하~! 생각해보니 영화제의 초대권을 손에 쥐어.. 2019. 9. 5.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 나는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왕 팬 혹은 광 팬은 아니다. 아녜스 바르다에게 따라붙는, '누벨바그의 대모'라나 할 때의 누벨바그가 뭔지도 모른다. 그녀가 호평받은 첫 영화를 찍을 때 난 태어나지도 않았었다. 헐리우드의 로맨틱 코미디만 보다가 20대를 보낸 나는 그녀의 숱한 작품들을 볼 기회도 없었다. 작년 여성영화제 개막작이었던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을 보기 전까지는. 원래도 그 영화를 보려는 생각은 없었다. 그 영화를 보고 온 지인들이 엄청 좋아하며 말하는 것을 듣고 그럼 한 번 봐볼까 해서, 집 근처 독립영화관을 찾아갔던 것이다. 알고보니 1955년부터 영화를 만들어서 2019년 90세의 나이로 사망하기 직전까지 영화를 만들었던 아녜스 바르다의 거의 인생 마지막 영화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단 하.. 2019. 9. 4.
멜랑콜리 걸 '포스트모던 블랙코미디'라고 영화 소개에 나와있어서 잠시 흠칫 했었으나, 역시 영화 소개 페이지에 나온 세 장의 영화 스틸컷에서 보여지는 미장센이 너무도 마음에 들어서 급 예매했었다. 하지만 역시 나에게 '포스트모던 블랙코미디'는 아무래도 무리였던 듯. 도대체 이런 영화를 처음 보아서 문화충격마저 받았다. 아주 예전에 줌마네에서 오솔의 '어떤 개인 날'을 본 것이 할리우드 로맨틱코미디가 아닌 종류의 독립영화를 처음 본 것이라서 문화충격을 받았던 그 때가 생각났다. 그래 사실은 이런 독특한 미장센에 끌렸다. 어, 이거 뭐지? 하는. 그래, 사실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이런 이미지들이 매우 매력적이기는 했다. 근데 이게 뭐라고 잘 설명은 못하겠다. 하튼간 이런 이미지들. 도대체 쟤네 지금 뭐하니 .. 2019. 8. 30.
#여성 쾌락 늘 그렇지만 이번 영화제에서도 영화를 고른 기준은 일단 프로그램을 주욱 보고 관심이 가는 것들을 여러 개 뽑아놓은 다음에, 시간표를 확인하며 시간이 맞는 영화들을 고르는 방식이었다. 아주 예전에 예매해두었기 때문에 사실 무슨 영화인지 잊어버려서, 가는 동안 영화 설명을 잠깐 확인해보았다. 잠깐 확인한 이 영화의 인상은 '아, 여성의 몸에 대한 서양 다큐멘터리구나' 였다. 여성의 몸에 관한 쌈빡한 다큐들을 본 적이 있다. 애플 아이튠즈 무비에서만 팔아서 한국어 자막이 없었어도 학생들과 꾸역꾸역 같이 보았던 'Miss Representation'과 넷플릭스에 떠서 우연찮게 보았다가 모두의 학교 영화토크에서 함께 본 'Embrace'이다. 'Miss Representation'은 다큐는 나의 관심사와 꼭 맞는.. 2019. 8. 30.
개막작: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 재작년 개막작이었던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을 본 이후로 여성영화제 개막작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생겼다. 개막작은 절대로 좋은 영화일 것이라는. 게다가 올해 개막작은 내가 평소 페미니스트이자 기독교인으로서 계속 고민하고 괴로워하던 문제와 맞닿아있는 것 같은 주제였다. '뭐? 강에 던져진 십자가를 헤엄쳐서 제일 먼저 잡은 사람-남자가 그 해의 행운을 갖는다고? 뭐 이런 설정이? 이거 다큐야 극영화야?' 라고 생각하며 자세히 보니 극영화였다. 남자들만이 할 수 있는 그 십자가 잡기 대회에 어떤 여자가 뛰어들어 십자가를 잡았다고 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라고 했다. ㅎㅎㅎ 가부장적인 기독교사회에서 정말 충분히 있을법한 일이었다. 흠.. 어느 나라 영화인지 자세히 보지는 않고 왔는데, 감독이 마케도니아 사.. 2019. 8. 30.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식! 여성영화제 개막식을 '문화비축기지'에서 한다길래 처음에는 그런가보다 했다. 이름도 생소한 문화비축기지는 대체 뭘까, 뭘 비축한다는 거고 무슨 기지인걸까 사실 딱히 궁금하지도 않았다. 개막식은 여성영화제 관계자들의 축제일 것 같았다. 그런데 후원회원이라고 개폐막식 초대장이 온라인으로 왔고, 지인들의 콜도 있었고, 그러다보니 궁금해지기도 해서 결국 다녀왔다.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 역에 내리니 친절하게도 곳곳에 개막식 장소를 알려주는 입간판이 서 있어서 잘 찾아갈 수 있었다. 도대체 뭐란 말이야~라고 생각했던 문화비축기지는 찾아보니 1970년대에 석유파동이 났을 때, 서울시민들의 한달치 석유를 모아놓았던 석유탱크들이 있던 곳이었다고 한다. 월드컵 즈음에 폐쇄했고, 몇 년 전 시민의 제안으로 이름도 바꾸고.. 2019. 8. 30.
나의 여성영화제 이야기 언제부터 여성영화제에 다녔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십 년은 못 되어도 8년쯤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써, 강의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영화를 한 편 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런데 여성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영화가 뭐가 있나? 하고 검색하다가 알게 되었던 '서울 국제 여성 영화제'이다. 여성영화제에서 제일 처음 본 영화가 무엇이었는지 잘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학원생들과 함께 가서 보았던 프랑스 영화 '트위기'가 기억난다. 미술관 큐레이터 (아마도) 계약직으로 일하는 어린 여성이 의도치않은 임신을 하고, 아이 아빠나 가족의 개입이 전혀 없이 홀로 그 아이를 낳고, 입양보내는 과정을 담은 영화였다. 꽃무늬의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은, 목소리도 조용조용한 프랑스 여성 감.. 2019.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