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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2019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나의 여성영화제 이야기

by 페페연구소 2019. 8. 29.

언제부터 여성영화제에 다녔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십 년은 못 되어도 8년쯤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써, 강의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영화를 한 편 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런데 여성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영화가 뭐가 있나? 하고 검색하다가 알게 되었던 '서울 국제 여성 영화제'이다. 

여성영화제에서 제일 처음 본 영화가 무엇이었는지 잘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학원생들과 함께 가서 보았던 프랑스 영화 '트위기'가 기억난다. 미술관 큐레이터 (아마도) 계약직으로 일하는 어린 여성이 의도치않은 임신을 하고, 아이 아빠나 가족의 개입이 전혀 없이 홀로 그 아이를 낳고, 입양보내는 과정을 담은 영화였다. 꽃무늬의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은, 목소리도 조용조용한 프랑스 여성 감독이 와서 했던, 아마도 나의 영화관람 인생에서 처음으로 경험했던 GV도 기억난다. 그 감독을 보고 나서, 아, 여성영화 감독이라고 해서 반드시 강하거나 전투적인 이미지일 필요는 없는 거구나 하고 깨달았던 기억도 난다. 같이 영화를 본 몇몇과 그 근처 어딘가에서 뭔가 맛있는 것을 먹었던 것도 기억난다. 이렇게 나에게 여성영화제의 기억은 누군가와 함께 했고, 누군가를 보며 무언가를 배웠던, 그런 기억이었다.

물론 그 이후로 숱하게 혼자 가서 본 경험, 두세명이 같이 가서 본 경험,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주어서 내가 보지 않은 영화 이야기를 들은 경험, 본 영화에 대한 감상을 글로 써서 스터디모임에서 서로 공유한 경험 등, 여성영화제와 관련한 다양한 경험을 해 왔다. 21회째를 맞는 올해의 여성영화제에서는 아예 스터디팀 멤버들과 함께 1박2일 엠티를 기획했다. 함께 영화를 보고 시간제약 없이 영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영화관 근처에 방을 잡았다. 그 1박2일 외에도 꼭 보고 싶은 영화들을 미리미리 찜해서 혼자 보러 가는 영화들도 있다. 

꼭 여성영화제가 아니더라도 요즈음은 여성의 관점에서 제작된 영화들이 예전보다는, 적어도 내가 여성영화제에 가기 시작한 약 8년 전 보다는 많이 쏟아져나오기 때문에 요즘은 볼 영화들이 꽤 많이 있다. 그래서 공중파 티비나 케이블 티비를 보지 않아도, 늘 나에게는 볼 것들이 많이 있다. 남성중심적인 관점을 디폴트로 깔고 있어서 여성혐오가 여성혐오인지도 모르게 지나가는 그런 드라마나 예능을 보지 않아도, 볼 것들이 점점 더 많이 생겨나고 있어서 다행이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총 6편의 영화를 예매했다. 꼭 보러 가고 싶었던 영화가 1차마감이어서 발을 동동 구르며 2차 오픈 때 겨우 예매했던 작년의 기억이 생각나서 일찌감치 예매를 했다. 아, 작년의 그 영화는 VR영화 '동두천'이었고, 그 영화는 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된 이후에 국제영화제에서 VR영화 대상을 받았다고 한다. 영화관람 후 VR영화에 관해 감독과 제작자와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에서, 내가 알지 못했던 깊이있는 세계를 잠깐 들여다본 것만으로도 큰 배움이 되었다. 이번에도 각 영화가 나에게도 그 영화를 보는 다른 관람객들에게도 배움의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여성영화제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리뷰를 올리려고 한다. 

포스터 3종 중 1.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홈피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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