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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교육29

강의실에서, 서로의 목소리 듣기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오래 전 이 책을 읽으며 바로 이 부분에 꽂혀서, 그로부터 얼마 후 내가 하는 강의에서도 항상 학생들이 글을 써오게 해서 그 글을 수업에서 읽도록 해왔다. 나도 처음 시도해보는 거라서 처음에는 대학원 수업에서 조심스럽게, 점수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배점 내에서 시도했다. 다만 이 때의 글이 수업의 내용에 관한 학술적인 글이 아니라, 무엇이든 본인 주변에서 최근에 본인이 관심갖고 있는 바에 대해 약간 조사해서 자신의 생각을 쓰도록 했다. 그 글을 수업에서 읽으면 그 내용에 대해 다같이 토론했다. 한 번도 안 해본 것을 시도하는 나로서도 조금의 두려움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던 경험인 듯 해서 얼마 후에는 조금 더 큰 비중을 두고, 그리고 학부 강의를 하게 되자 학부 강의에서도 시도해 보았다. 아직도 .. 2022. 1. 7.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저자들과 함께하는) 열린 토론회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가는 줄 모르고 이제서야 포스팅하네요. 이번주 토요일 12월 11일 줌(Zoom) 실시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특강입니다. 저는 사회를 맡았고, 저희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저자분들 중에서 김병성, 양정아, 이성경, 이한님과 함께 하는 열린 토론회입니다. 부천시 여성회관에서 주최해주십니다.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고, 비슷한, 더 지능적인, 혹은 더 다양한 디지털 성범죄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책을 출간한지도 1년이 지났는데요, 저희 저자들은 책에서 했던 얘기 이후에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해오고 있는 실천들을 이야기하고, 참가자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양정아님은 페미니즘과 비거니즘이 만나는 지점에 대한 고민과 비건교사모임에서.. 2021. 12. 7.
당신에게 강의실(교실)이란? [벨 훅스가 말하는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강의를 하면서 가장 좋은 점 중 한가지는 강의실에서 강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즉, 뭐가 됐든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대학에서 한 학기 강의를 할 때, 내 강의계획서를 누구에게 검사받을 필요도 없다. 강의를 망쳤다고 상사에게 혼나거나 승진 점수를 깎이거나 하지도 않는다. 나야 강사라 그렇다 쳐도, 교수들의 직장생활에도 강의가 딱히 중요하지도 않고 대체로 누구도 터치하지 않는다. 벨 훅스는 바로 그 점을 콕 집어 꼬집는다. 교수들이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독재적인 규칙"으로 "통제"하고, 강의실을 자신의 "작은 국가"로 여긴다는 것이다. 그 작은 국가에서 본인은 국왕일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가르치든지간에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다. 그래서 교수 혹은 강사는 강의실에서 혼자 .. 2021. 4. 30.
이론과 실천의 연결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벨 훅스의 교육관련 시리즈 3권 중 국내 미번역서인 'Teaching Community'를 요즘 번역 중에 있습니다. 예전에 이 책으로 페페스터디를 하면서 좋은 구절들을 뽑아서 게시물을 51개나 이미 올려놓았네요. 일주일에 한 개씩 또 올려봅니다. 활동가들은 치열하게 운동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는 것 같고, 학자들은 연구한 것 가지고 글쓰고 말하느라 실천할 시간이 없는 것 같고, 그런 이론과 실천 사이의 간극을 조금씩 더 좁혀보자는 게 벨 훅스가 이런 대중서적을 집필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이론과 실천의 연결, 할 수 있다!!라고 용기를 주네요. 저에게는 항상 힘을 주는 벨 훅스의 글에 오늘도 감사하게 됩니다. 2021. 4. 23.
학교에서 '성' 얘기, 해도 되나요?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아동청소년의 문화는 비단 아동청소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성인들의 문화를 보고 배우는 것이다. 학교에서 '성' 얘기가 꺼려진다면, 학교 밖 성인들의 세계에서는 과연 '성' 얘기가 어떤 방식으로 되거나 혹은 되지 않고 있는지도 함께 돌아보아야 한다. 언제까지 '성=야한 것'으로 치부하고 말하기를 금기시할 것인가. '야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살펴보았는데, '천하게 아리땁다'(표준국어대사전), '성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힘이 있다'(고려대한국어대사전)는 뜻이 등장한다. 또한 놀랍게도 '야(冶)'자는 한자어였고, 6번째 뜻으로 '예쁘다, 요염하다'란 뜻이 있었다. 언어학자가 아니라서 더 이상 어원을 파고들지는 못하겠으나, 학교에서든 어디에서든 '성'이 감추어야만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지금 사회에서, 도대체 .. 2021. 2. 15.
집에서, 학교에서, 권위 내려놓기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학교와 집, 우리의 일상생활에 만연해있는 권위주의적인 마인드, 가부장적인 마인드를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부모에게 "말"할 수 있고, 학생이 교사에게 "말"할 수 있다. 궁금한 걸 물었을 뿐인데 학교에서 교사에게 "대드는" "버릇없는" 아이가 되어버린 서지해의 말은 교대에 다니며 학생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교대에 입학한 순간부터 교사의 입장에서 아이들이 "기어오르지" 않게 해야한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이미 예비교사 시절을 보낸다는 하영과 장재영의 말과 겹쳐진다. 초중고 뿐 아니라 대학에서도 토론과 합의의 조건이 없다는 김상애의 말과 이어진다. 페미니스트 엄마 이성경의 말이 이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물어보기 전엔 몰랐다고 한다. 아이들이 뽀뽀를 싫어한다는 것을. 세상에나.. 2021. 1. 22.
양육자와 교사, 아이들의 또래문화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양정아 저자는 유치원 선생님이다. 그런데 심지어 유아기의 아이에게서도 가부장제가 몸에 배어, 엄마를 함부로 대하고 여자아이들을 무시하는 유아를 만난 적이 있다고 했다. 충격적이었다. 그런 아이가 크면 엄마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아들이 되는구나 싶었고, 그런 일이 정말로 어린 나이부터 시작되는구나 싶었다. 초등교사 장재영은, 남자애들이 뭘 보고 노는지 모르지 않지만 내 아이가 거기에서 소외되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하는 양육자를 만난 적이 있다. 초등학생 남자아이들이 돌려보는 것은 포르노(광범위한 의미에서)다. 그런데 어떤 아이의 양육자는, 내 아이가 그런 남성연대 또래문화에서 소외되기를 원치 않는다고 했다. 이성경은 두 아이의 엄마인 기혼여성이다. 아무리 집 안에서 남편과 함께 성차별 없는 육아를 하려고 노력.. 2021. 1. 17.
피해와 가해의 이분법 앞에서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물론 N번방 사건에서는 분명히 피해자와 가해자가 존재한다. 그러기에 온 국민이, 특히 일부 혹은 대다수의 남성들이, 가해자를 악마화하고 정신병자 취급을 하면서 자기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일인 양 선긋기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이 정말로 나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을까. 피해와 가해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며 피해와 가해, 혹은 피해와 피해 아닌 것을 명확히 나눌 수 있는 고정불변의 기준이란 무엇인가. 내가 직접 N번방에 입장하지 않았다고 해서 나 자신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는가. 어린 아이들부터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성차별적 문화를 보고 들으며 온몸으로 배워가는 이 사회를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온 나 자신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는가. 저자들은 바로 여기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해주, 하영, 지해의 말은 .. 2021. 1. 13.
교육이란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교육이란 뭘까. 사람들은 '교육'이라고 말할 때 대부분 마음 속에 일제 시대에 지어진 학교 교실의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교사는 교단에서 말하고 학생들은 자리에 앉아서 듣는 교육. N번방 사건과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는 추적단불꽃 불의 말은(23쪽), 교육이란 기존 사회의 가치관을 그대로 습득하는 사회화가 아니라 기존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질문과 성찰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는 동진의 말(xii쪽)과 만난다. 그리고 그 말들은 성평등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왜'라는 질문이라고 하는 초등교사 해주의 말(136쪽)과 이어진다. 이렇게 말과 말들이 챕터를 넘나들어 만나리라 생각하지 못한 채 각각의 챕터에 의미를 두고 기획한 책이었지만, 나를 포함.. 2021. 1. 12.
페미북클럽 N번방 시리즈 10-11월 모임: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페미북클럽 ‘N번방 관련 책읽기 시리즈 2’ 안내합니다. . 한 달에 한 권 페미니즘 책을 함께 읽고 얘기하는 모임인 ‘페미북클럽’에서는 지난 6~8월에 ‘N번방 관련 책읽기 시리즈 1’로 #포르노랜드, #포르노그래피, #포르노그래피의발명 을 함께 읽었습니다. . 10-11월에는 N번방사건 최초보도자인 ‘추적단불꽃’의 책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때’와 스무명의 페미니스트가 N번방 이후의 교육의 방향, 우리 사회가 바뀌어야 할 방향에 대해 말한 책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페미니즘의 관점’을 연속으로 읽습니다. .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때’는 9월에 출간되었고,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페미니즘의 관점’은 곧 출간예정입니다. 알라딘 링크. https://www.aladin.co... 2020. 10.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