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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스터디/Teaching Community

당신에게 강의실(교실)이란? [벨 훅스가 말하는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by 페페연구소 2021.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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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하면서 가장 좋은 점 중 한가지는 강의실에서 강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즉, 뭐가 됐든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대학에서 한 학기 강의를 할 때, 내 강의계획서를 누구에게 검사받을 필요도 없다. 강의를 망쳤다고 상사에게 혼나거나 승진 점수를 깎이거나 하지도 않는다. 나야 강사라 그렇다 쳐도, 교수들의 직장생활에도 강의가 딱히 중요하지도 않고 대체로 누구도 터치하지 않는다. 벨 훅스는 바로 그 점을 콕 집어 꼬집는다. 교수들이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독재적인 규칙"으로 "통제"하고, 강의실을 자신의 "작은 국가"로 여긴다는 것이다. 그 작은 국가에서 본인은 국왕일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가르치든지간에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다. 그래서 교수 혹은 강사는 강의실에서 혼자 판치게 된다.

놀라운 것은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미국 전역을 다니며 학자인 동료들과 이야기한 벨 훅스가 발견한 바는 썩소를 자아내게 한다. 지금 교수/학자인 사람들이 박사과정에서 수강한 강의들의 약 80%쯤은 기본적인 의사소통 기술도 없는 교수들이 가르쳤다는 것이다. 강의의 콘텐츠가 무엇이든, 그 내용이 얼마나 훌륭하든간에, 의사소통 기술이 없는데 어떻게 좋은 강의를 할 수 있을까.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서로의 영혼을 돌보아주는, 벨 훅스가 말하는 그런 가르침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물론 교수/강사들에게도 애로사항은 있다. 요즘 학생들은 예전같지 않아 예의가 없고, 뭐 조금만 맘에 안 들어도 와서 컴플레인하거나, 강의평가에 욕 같은 말을 쓰기도 하고, 아이고 요즘 애들 가르치기 어려워~ 라는 말들을 지나가는 투로들 한다. 그러면 뭐가 문제일까. 교육자들과 학습자들이 서로 만나 함께 서로 성장할 수 있는 그런 강의실을 만들기 위해 이 사회의 어떤 조건들에 대해 성찰해보아야 할까. 그런 의미에서 벨 훅스의 책 'Teaching Community'는 그의 명저 '경계넘기를 가르치기'에 이어 나에게 항상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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