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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스터디/Teaching Community

사랑하는, 혹은 사랑하지 않는 가족에게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by 페페연구소 2021.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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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이 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해 나를 잘 길러준 것에 감사드립니다. 당신들 자신도 원가족에서의 아픔과 상처와 트라우마를 지닌 외로운 인간들로서, 그래도 애써서 저를 잘 길러준 것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그 모든 폭력의 순간들, 언어적 폭력, 신체적 폭력, 혹은 정서적 방임, 정서적 학대, 그 모든 순간들을 잊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당신들이 부모로서의 할 일을 다 하지 않았던 그 모든 순간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품좋은 벨 훅스처럼 모두 용서했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다만 그 벨 훅스가 말한 것처럼, without shame, 수치스러워하지 않고 그 과거에 직면함으로써 스스로 치유받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고자 합니다. 당신들이 생존해 있었으면 아무리 강력 멘탈인 나로서도 하기 어려웠을 일, 아마도 그 동안 조금씩 하고 있었던지도 모르겠네요. 좋았던 기억이 없는 건 아닌데, 그런 기억에 대한 감사함과, 그렇지 않았던 그 모든 기억에 대한 비판하는 마음이 함께 있어도 된다고, 함께 있을 수 있다고, 나도 함께 가지고 살고 있다고 말하는 벨 훅스라는 페미니스트를 알게 되어서 다행이네요. [엄마 사망 10년, 아빠 사망 20년째인 2021년 가정의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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