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이 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해 나를 잘 길러준 것에 감사드립니다. 당신들 자신도 원가족에서의 아픔과 상처와 트라우마를 지닌 외로운 인간들로서, 그래도 애써서 저를 잘 길러준 것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그 모든 폭력의 순간들, 언어적 폭력, 신체적 폭력, 혹은 정서적 방임, 정서적 학대, 그 모든 순간들을 잊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당신들이 부모로서의 할 일을 다 하지 않았던 그 모든 순간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품좋은 벨 훅스처럼 모두 용서했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다만 그 벨 훅스가 말한 것처럼, without shame, 수치스러워하지 않고 그 과거에 직면함으로써 스스로 치유받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고자 합니다. 당신들이 생존해 있었으면 아무리 강력 멘탈인 나로서도 하기 어려웠을 일, 아마도 그 동안 조금씩 하고 있었던지도 모르겠네요. 좋았던 기억이 없는 건 아닌데, 그런 기억에 대한 감사함과, 그렇지 않았던 그 모든 기억에 대한 비판하는 마음이 함께 있어도 된다고, 함께 있을 수 있다고, 나도 함께 가지고 살고 있다고 말하는 벨 훅스라는 페미니스트를 알게 되어서 다행이네요. [엄마 사망 10년, 아빠 사망 20년째인 2021년 가정의달에.]
'페페스터디 > Teaching Communit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의실에서의 에로스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0) | 2021.05.21 |
---|---|
지배문화가 학생을 길들이는 방식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0) | 2021.05.14 |
과거에 직면함으로 자유로워지기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0) | 2021.05.07 |
당신에게 강의실(교실)이란? [벨 훅스가 말하는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0) | 2021.04.30 |
이론과 실천의 연결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0) | 2021.04.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