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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스터디/Teaching Community

강의실에서의 에로스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by 페페연구소 2021.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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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스터디에서 함께 읽으면서도 논란이 되었던 챕터, 강의실에서의 에로스적인 사랑,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챕터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수도없이 번진 대학의 스쿨미투, 즉 남교수의 여학생에 대한 성폭력의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벨 훅스는 교수와 학생간의 연애관계가 폭력과 학대로 시작하거나 그렇게 되어가는 것에 주의하고 그런 점을 비판하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교수와 학생간의 연애를 금지하고 규제하고 처벌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는 견지를 이어간다. 

가장 공감되었던 문장은, 열정적으로 가르치다 보면 어떤 강의실에서든 에로틱한 에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기분나쁜 구석도 있었고, '지금의 대한민국 백래시를 본다면 벨 훅스가 이렇게 말 못할 거야~'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챕터 전체를 통틀어 가장 공감갔던 구절이다. 열심히 가르치다보면, 그래서 교육자가 학습자와 서로 교감하고 서로를 알아가며 서로에 대한 애정과 돌봄으로 가르침과 배움의 관계를 이어가다 보면, 에로틱한 에너지가 생겨날 수도 있겠다. 에로틱한 관계가 된 것은 아니었지만, 종종 강의가 끝나고 나서도 연락해오고 찾아와서 밥 얻어먹고 ^^ 커피 마시면서 나와 이야기나누고 가는 그런 학생들이 생각났다. 물론 여학생이 다수지만 그 중 남학생들도 있었다. 진심으로 자신의 삶을 공유하고 나와 정서적인 교류를 나눈 학생들 중 성별이 남자인 학생도 있었단 얘기. 그런데 벨 훅스의 주장에 따르면, 무조건 그런 관계를 금지하고 처벌하자는 관점에서는 그 어떤 교류의 가능성도 배제된다. 아 물론 벨 훅스가 이 말을 한 맥락은 연애관계를 말한 것이긴 했다.

하여간... 페페스터디에서 이 챕터를 읽을 때도, 벨 훅스가 말하는 것과 같은 교수와 학생간의 연애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하는 질문을 놓고 이야기했던 것 같다. 벨 훅스는 교육의 장면에서 금기시되는 그런 주제를 우리 앞에 툭 던져놓는다. 이 챕터의 제목은 Good Sex 다. 솔직히 뭐라고 번역해야 할지 모르겠다. 모르겠는 건 모르겠다고 말해도 된다. 그럼 같이 얘기해볼 수 있으니까. 이것 역시 벨 훅스에게서 배운 것. 번역하는 책을, 그 작가를 사랑하는 일은 참 즐거운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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