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N번방 사건에서는 분명히 피해자와 가해자가 존재한다. 그러기에 온 국민이, 특히 일부 혹은 대다수의 남성들이, 가해자를 악마화하고 정신병자 취급을 하면서 자기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일인 양 선긋기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이 정말로 나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을까. 피해와 가해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며 피해와 가해, 혹은 피해와 피해 아닌 것을 명확히 나눌 수 있는 고정불변의 기준이란 무엇인가. 내가 직접 N번방에 입장하지 않았다고 해서 나 자신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는가. 어린 아이들부터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성차별적 문화를 보고 들으며 온몸으로 배워가는 이 사회를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온 나 자신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는가. 저자들은 바로 여기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해주, 하영, 지해의 말은 서로 다른 챕터에서 이야기된 말들이지만, 그 말들은 '피해'와 '가해'의 이분법 앞에서 연결고리를 가진다. 나는 가해자가 아니니 아무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그 중간 어디쯤을 어정쩡하게 서성이고 있는 사람도, 함께 읽고, 생각하고, 이야기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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