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출간 책 (저서, 역서)/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교사가 마주하는 성차별적 학교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by 페페연구소 2021. 1. 18.

01234

페미 교사들이 모인 4장에서는 학교의 성차별적 현실에 대한 적나라한 이야기가 드러난다. 학생들이 경험하는 학교의 문화는 상당부분 교사들이 만드는 것일텐데, 바로 그 교사들 자신은 학교 안에서, 자신의 직장 안에서 일상적으로 어떠한 성차별적 교직 문화와 마주하고 있는지 낱낱이 드러난다.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문제가 아니었던 것들이, 이제는 너무도 큰 문제였음이 드러난다. 

도대체 왜 성별로 번호를 나눠야 하는가. 4장 후반부에서 유진은 결국 성별분리번호를 바꾸었을 때 아무런 불편이나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애초에 너무도 성차별적인 그 성별분리번호를 고집해야 했을까. 게다가 '여자애들이 뒷 번호면 성차별이야? 응 그럼 앞으로 보내'라고 하는 이런 이분법적인 사고방식, 아니 사고방식이라 칭하기에는 너무도 거대한 벽 앞에서 페미 교사들이 얼마나 매일매일 투쟁해야 했을까.

마치 남학생들은 태어날 때부터 언어능력, 국어과의 역량, 섬세함 등이 떨어지는 것처럼 가정하고 '대체 남자애들을 데리고 어떻게 이렇게 책 한 권을 만들었어요'라고 묻는 동료 교사들을 마주하는 페미 교사 김병성 앞의 벽은 또 얼마나 견고했을까. 아무도 명시적으로 교과목에 근거하여 학생들을 차별한다고 하지는 않지만, 차별이란 것이 이런 미묘한 기대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이런 미묘한 기대는 교사들의 문화로 옮겨지면 더 이상 미묘하지도 않다. 학생지도부는 남자 교사 혹은 '남자같은' 여자 교사가, 미술부는 꼼꼼하고 섬세한 여자 교사가 하는 걸로 교사들의 업무가 이분법적으로 나뉘어져 있는 현실이라고 또다른 페미 교사 유시경은 말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그걸 본다는 점이다.

이러한 것들은 지금 학교현장에서 일하는 교사들이, 그 중에서도 페미 교사들이 보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은 정말로 잘 못 본다. 학교가 어땠는지는 졸업한 다음에 잊어버리기가 쉽다. 그래도 스쿨미투 정도가 될만한 정말 심한 성폭력 사건들은 당사자들이나 사회적으로나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이라도 되지만, 스쿨미투로 드러난 교사의 학생 대상 성범죄든 N번방이든 그 심각한 문제들이 바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보이는 일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점을 아는 사람은 정말로 별로 없다. 

이런 벽들 앞에서 우리의 페미 교사들은 어떻게 해왔을지, 어떤 방식으로 교직 문화라는 거대한 바위에 계란을 던지고, 어떤 방식으로 아이들과 '좋은' 문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지에 관한 얘기를 아마도 3회차 북토크에서 할 수 있을 것 같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