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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책 (저서, 역서)/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동의했잖아? 아닌데?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by 페페연구소 2021.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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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식당에서 상대방 접시에 고기를 덜어준 행동이 '성관계를 암묵적으로 동의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런 어이없는 판결을 뉴스를 통해 접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일상에서는 많은 순간 동의와 비동의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섹스할래?라는 애인의 말에 세 번 거절했지만 네 번째에 동의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동의가 되어버린 그 동의는 과연 동의인걸까. 

책의 2장에서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동의'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양지혜의 말은 놀랍게도 7장에서 두 아이의 엄마인 이성경의 말과 만난다. 양지혜의 애인이었던 남성이, 그리고 앞서 언급한 사건의 판결을 내린 그 남성이, 그리고 수많은 남자들이 '동의'를 그따위로 해석하는 것은 놀랍게도 부모와 어른들이 어린아이를 대하는 방식에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권력자는 약자에게 싫다는 반응 따위를 표현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즉 어른이 예쁘다고 뽀뽀해주는데 감히 버릇없이 싫다고 해?!와 같은 문화에서 자란 우리들은, 여성과 남성, 나이 많은 자와 나이 적은 자, 나이 많은 남성과 나이 어린 여성 등의 위계관계에서 자신의 거절 의사를 표시하지 못하거나 혹은 상대의 의사를 살피지도 않고, 동의와 거절 사이의 수많은 스펙트럼에 대해 상호 소통을 하기는 커녕 이분법으로 나누고 만다. 

N번방 가해자들을 욕하고 손가락질하며 미친놈이고 악마라고 자기자신과 선긋기에 바쁜 어른들은 누구나 이 책을 읽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 별 생각없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아빠 등 양육자들은 이제는 생각을 하면서 키워야 한다. 지금 내가 이 아이의 싫다는 의사표현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에 어떤 파장을 가져오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한다. 아마도 북토크 2회차, 양육자와 교육자의 이야기들이 또한번 책의 2장, 청년팀의 이야기와 만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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