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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란 무엇인가 [안드레아 드워킨. 포르노그래피]

by 페페연구소 2020.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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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그래피의 장면이 신뢰성을 가지려면 여성은 얼마나 인간 이하의 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라는 안드레아 드워킨의 질문을 거꾸로 말해보자. 즉, 여성이 얼마나 인간 이하의 존재로 취급당하기에 포르노그래피의 장면이 신뢰성을 가지는 것일까? 그래봤자 비참한 질문이긴 매한가지이지만. 남성은 정말 포르노를 봐야만 자위를 할 수 있는 것일까? 왜 손으로 혼자 해결하지 못하는 것일까? 포르노에 물든 나머지 애인과 섹스를 할 때에도 포르노 장면을 떠올려야만 사정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면(게일 다인스, 포르노랜드), 남성에게 섹스란 아니 사정이란 무엇인가? 도대체 남자에게 섹스란 뭘까? 사정을 해서 정액을 배출하고 오르가즘을 느끼는 것이 섹스의 목적이라면, 얼마든지 혼자 해도 되지 않나? 여성도 마찬가지로, 몸의 어떤 부분을 자극해서 오르가즘을 느끼는 것이 섹스의 목적이라면, 혼자서 해도 되지 않나? 도대체 남자에게, 여자에게, 섹스란 무엇인가.

남성은 본능적으로 성욕이 있어서 어쩌구 하는 논리는 정말 구역질날 정도로 지겨워 죽겠는데, 도대체 포르노적 관점이 우리 문화에 얼마나 스며들어 있으면 많은 인간들이 그 말을 믿는 것일까. 뒤늦게 보기 시작한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의 김희애의 일침이 떠오른다. 여자라고 성욕이 없는게 아냐. 우리 사회는 각자 자신에게 섹스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짚어보는 질문을 해야 한다. 나에게, 너에게, 나의 파트너인 혹은 파트너였던 너에게, 섹스란 무엇인지. 이에 대한 답을 아이들에게 주입하거나 강요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도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성교육이라고 퉁치기엔 너무도 포괄적인 범주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아니 어른들에게 더 필요하다. 도대체 니 삶에 섹스는 뭐니.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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