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학문적인 이론을 가지고 분석하는 것이 무엇인가. 타인과 타인의 경험만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벨 훅스는 자신의 경험을 분석한다고 말한다. 나의 삶, 나의 경험, 내 삶에서의 상처까지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분석함으로써, 그래서 그 상처를 '설명'함으로써 상처가 사라지도록 하는 것이 이론 작업이라고 말한다.
29살에 처음으로 페미니즘을 공부를 통해 만났지만 그 동안 살아온 삶의 습관 때문에 내 삶이 갑자기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았다. 30살에 첫 아이를 출산하고, 31살에 아이를 한국으로 시어머니에게 맡겨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나도 그 때 미친듯이 책을 찾았던 것 같다.
여성이 아이를 키우며 자기 일을 하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데 왜 아무도 나에게 말해주지 않은 걸까, 이건 왜 이렇게 힘들어야만 하는 걸까, 그런데 이 세상의 여자들은 왜 결혼하면 다들 아이를 낳고, 하나만 아니라 둘 셋도 낳는 꾸역꾸역 낳는 걸까. 정말 이상했다. 그래서 미친듯이 책을 찾았다. 아마도 그 때 나는 벨 훅스처럼, 내 "상처를 설명하고 그 상처가 사라지도록 하는 공간"으로서 이론을 마구 찾고 있었나보다.
결국은 어떤 책에서 내 삶의 상처를 설명받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분석할 수 있었다. 적어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한 사람이 먼저 있었다는 것, 그래서 그 고민에 대한 이유를 찾아내준 여자가 먼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안도감이 들었다. 그런 게 치유라고 해야 하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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