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의 남자 학자들도 그렇다. 벨 훅스의 이론은 이론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에게 이론이란 무엇인가. 벨 훅스를 읽기 전까지 내 머릿 속에는 이론이란 무엇인가가 비교적 정확했다. 학계에서 인정받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연구를 해서, 그 데이터에 기반해서 나온 결과로 일반화할 수 있는 개념이나 모델을 만들어낸 것. 그것이 이론이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렇게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 공부했을 때 나에게 내 전공 이론은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 나에게 공부가 재미있어졌던 계기는 (1) 이론과 일상을 연결지었을 때, (2) 내 전공 공부에 페미니즘 관점이 들어갔을 때 였다.
흑인 여성인 나의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의 수업에서 그가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꺼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예컨대 너네가 쓴 박사논문을, 이 전공 공부와 아무 상관 없는 너네의 어머니도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이론은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없게 어렵게 써야 한다고 생각하니? 뭐 이런 질문이었던 것 같다. 벨 훅스는 기존의 학자들이 글쓰는 현학적인 방식을 버림으로써, 그야말로 '모두'에게 페미니즘 이론이 다가갈 수 있게 해주었다.
벨 훅스가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기존의 학계에서 받아들여지는 방식으로 논문을 쓰고 이론을 만드는 능력. 그는 의도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언어로 페미니즘 이론을 말하기를 선택한 사람이다. 그래서 오늘 나의 삶에서도 설명력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이론. 이 책을 만나고 교육자로서의 나의 생각과 실천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그래서 오늘도 벨 훅스에게 감사한다. Rest In Our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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