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페미니즘교육118

변화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대학의 강의실에서 본인이 어떻게 가르치는지에 관해, 강의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해 "상세하고 깊이있게" 이야기하는 대학 교수/강사들은 많지 않다. 대학 교수들의 직업경로에서 수업이란, 특별히 못 했을 때 벌점으로나 반영될만한 것이다.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는 것이 승진의 기준점이다. 전통적인 커리어 트랙에서 강사들은 대체로, 대학에서 하는 강사 생활을 어딘가 더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한 발판으로 여긴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 대학에 교수로 취업할 때까지, 혹은 연구소에 정규직 연구원으로 취업할 때까지, 이력서를 채워야 해서 하는 일쯤으로. 그런 시스템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공이 교육학도 아닌 벨 훅스가 교육에 관해 이토록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하고 말하고 쓴 글이 더욱 더 소중하다. 언젠가 아주 오래 전에.. 2021. 12. 30.
흥이 나는 교실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이 구절 바로 앞에 나오는 구절이다. "내가 처음 맡았던 학부 수업에서 나는 초등학교 시절 사명감을 지닌 흑인 여교사들이 보여주었던 수업들, 프레이리의 연구, 급진적 교육학에 대한 페미니스트적 사고에 의지하여 강의했다."(p.13.) 나의 첫 대학 강의는 석사 졸업 후, 천안의 기술교대에서였다. 당시 상담전공이었던 선배가 교육심리학 강의를 맡기길래, '언니 저는 상담이 아니고 평생교육인데요' 라고 했더니, '어우 그냥 다 할 수 있잖아, 그럼 그냥 하는 거야'라고 했다. 그리고 선배 언니가 교재로 쓰라고 한 교육심리학 교재를 그대로 강의했다. 사실 어떻게 강의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토론시간을 주었는지 아닌지도. 다만 뭔가 현장으로 나가서 교육심리와 관련된 기관을 조사해오게 하는 그룹 프로젝트를 내주.. 2021. 12. 29.
당신에게 강의실이란? [벨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어린 시절 흑인학교에서 좋은 경험을 한 벨 훅스는 조금 더 커서는 인종통합정책이란 명목 하에, 멀리 떨어져 있는 백인중심 학교에 다녀야 했다. 교실에서 주체성과 독립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어린 시절 흑인 학교에서 배웠던 것 같다. 그 이후 교실에서 열등한 인종 취급을 받으며 학교에 다녔던 경험에 관해 책에 주욱 나온다. 이 구절은 대학원의 경우다. 은행저금식 교육으로 지식을 여전히 주입받고 권위자에게, 권위자가 말하는 지식에 복종해야 했던 그런 강의실에서, 학생으로서 "사고하는 독립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 힘겹게 싸워야 했다니. 나의 지도교수였던 훌륭한 흑인 여성 와니타 존슨베일리(Professor Juanita Johnson-Bailey)는 그의 책(Sistahs in Colleg.. 2021. 12. 28.
작가가 되고 싶었던 어린 벨 훅스 오벌린대학에서 종신교수로 임명되었을 때 벨 훅스는 우울감에 빠졌다고 책의 첫 페이지에 적고 있다. 세상에 노동자 계급 출신 흑인 소녀가 대학의 교수가 되다니, 모두들 벨 훅스가 안도하고 감격하며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믿었기에 자신의 진짜 감정을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심리치료사인 언니에게 그 이야기를 하자 언니가 일깨워주었다는 말이다. 벨 훅스는 어린 시절부터 작가가 되고 싶어했다는. 그래서 벨 훅스가 작가이자 교수로 살았나 보다. 어릴 때부터 작가가 되고 싶은 열망을 간직한 사람이었기에, 대학생일 때부터 "Ain't I a Woman?"으로 시작해서 죽을 때까지 40여권의 그 많은 책들을 썼었나 보다. 벨 훅스가 그 당시 노동자 계급 출신의 흑인 소녀들이 되는 흔한 트랙을 따라 교사가 되.. 2021. 12. 23.
벨 훅스를 추모하며 벨 훅스의 부고를 sns에서 보았다. 어제 12월 15일 자택에서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한 가운데 지병으로 세상을 떴다고 한다. 한동안 주욱 아팠었다고 한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어쩌면 내가 Teaching Community의 한국어판 서문을 부탁하는 이메일을 쓰던 그 때 이미 아팠겠구나 싶었다. 직계가족이 아닌 누군가의 죽음에 이토록 눈물이 나기는 처음인 것 같다. 부고 뉴스를 보며 울었다. 미국 유학 시절, 페미니즘 이론 수업에서 처음으로 책의 한 챕터로 접한 벨 훅스의 글은 그 때 당시 배우는 많은 페미니스트들의 글 중 하나였다. 하지만 내가 벨 훅스의 팬이 되기 시작했던 것은 귀국 후 그의 책 '경계넘기를 가르치기'를 처음 읽고 나서였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이론에서 치유의 공간을 발견했다. .. 2021. 12. 16.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저자들과 함께하는) 열린 토론회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가는 줄 모르고 이제서야 포스팅하네요. 이번주 토요일 12월 11일 줌(Zoom) 실시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특강입니다. 저는 사회를 맡았고, 저희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저자분들 중에서 김병성, 양정아, 이성경, 이한님과 함께 하는 열린 토론회입니다. 부천시 여성회관에서 주최해주십니다.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고, 비슷한, 더 지능적인, 혹은 더 다양한 디지털 성범죄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책을 출간한지도 1년이 지났는데요, 저희 저자들은 책에서 했던 얘기 이후에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해오고 있는 실천들을 이야기하고, 참가자분들과 함께 생각해보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양정아님은 페미니즘과 비거니즘이 만나는 지점에 대한 고민과 비건교사모임에서.. 2021. 12. 7.
2021 페페스터디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온라인 독서모임] 올해 처음으로 오픈하는 페페스터디입니다!!! 일정: 10/28 ~ 12/2. 매주 목요일. 총 6회. 날짜: 10/28, 11/4, 11/7, 11/18, 11/25, 12/2 시간: 저녁 8시 ~ 9시 40분 (총 100분) 방법: 줌(Zoom) 화상회의 진행자: 페페연구소 대표 김동진 참가비: 3만원 (기존의 페페연구소 프로그램 참여자는 2만원) 신청마감: 10/20 문의: 인스타 DM 혹은 happylearner@gmail.com 신청: 하단의 신청폼 작성 - 입금 - 신청확인 문자 수령 페페스터디에서는 2019-2020년 동안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담론의 주요 저서들인 4권의 영어책을 읽었습니다. 소위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을 읽고 보니, 오늘도 계속해서 쏟아져나오고 있는 방대한 페미니스트 페다고.. 2021. 10. 12.
교육이란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벨 훅스의 말도 좋고, 벨 훅스가 이 책에서 자주 인용하는 파커 파머(Parker Palmer)의 말도 좋다. 교육이란 이 세상에서 우리 자신의 자리를 발견하고 주장하는 일이라는 걸, 이 책을 읽기 전 그 어느 책에서도 딱히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교육이 "삶의 생명력을 새롭게 하는 일"이라니. 나는 다음 학기에 할 강의에서 학생들이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과 자기의 자리를 발견하고 주장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 또 생각하고 고민하게 된다. 2021. 7. 22.
교육에서 진짜로 배워야 하는 것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내가 개인적을 벨 훅스를 좋아하는 것 말고도, 미국 내에서 벨 훅스의 영향력이 어땠는지가 궁금해진다. 벨 훅스가 이 부분에서 주장한 것처럼, 페미니즘 기반의, 그 어떤 이데올로기도 주입하지 않는, 대중 기반의 정치 운동이 만들어졌을까. 물론 미국사회는 우리보다 더 오래 전부터 다양성에 민감했고, 내가 2000년대 초중반에 가서 공부할 당시 이미 대학의 모든 수업에서 race, gender, class, sexuality의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었다. 성인교육 전공이라는 특성도 있었겠지만.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치 않아서 벨 훅스가 이렇게 말한 거라면, 우리나라는 얼마나 한참 더 나아가야 하는 걸까.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고 나가야 할 것은 '마음을 여는 법', '열정적으로 공부하는 법.. 2021. 6. 11.
페페연구소 뉴스레터 [2021 두번째] https://stib.ee/qPW3 페페연구소 뉴스레터 stibee.com 페페연구소에서는 올해부터 분기별로 뉴스레터를 발간 중입니다. 뉴스레터는 페페연구소의 프로그램에 참여해주셨던 분들께 보내드립니다. 혹시 원치 않으시면 수신거부를 눌러주시거나 이메일 답장으로 알려주세요. 혹시 프로그램 참여자가 아니어도 정기적으로 뉴스레터를 받고 싶으시면 happylearner@gmail.com 으로 알려주세요. 그래도 혹시라도 궁금해하실 분이 있을까 해서 블로그에도 공유합니다. 이번 뉴스레터에는 수요랜선 페미니즘 소식과 책방달리봄 소식이 있습니다. 2021.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