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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오늘의 구절40

[2장. 급진주의 페미니즘] 성매매에 관한 이견 "성매매를 합법화하는 것은 여성들을 더 심한 성적 불평등으로 이끌어가는 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는 전통적인 급진주의 문화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이 여전히 영향력이 있기는 하지만, 그러한 주장은 진정으로 여성 친화적인 방식으로 성매매를 합법화하는 것이 성을 사고파는 사람들의 안녕르 보호할 것이라는 급진주의 자유의지론 페미니스트의 입장에 차츰 설 곳을 잃어 가는 것 같다. 에밀리 베이즐론은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누구의 목소리를 들을 것인가, 누가 누구를 위해 말할 것인가, 형법의 힘을 언제 사용할 것인가에 관한 이 싸움에서, 성 노동자들의 권리 운동은 처벌과 수치에 대항하는 반란이다. 그 운동은 당신이 사람들을 존중할 때에만 그들을 진정으로 도울 수 있다고 주장하며, 거의 존중받아본 적이 없는 집단을 존중할.. 2019. 10. 4.
[2장. 급진주의 페미니즘] 열띤 논의, 가열찬 논쟁 섹슈얼리티에 대한 열띤 논의가 급진주의 자유의지론 페미니스트들과 급진주의 문화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벌어졌고, 1982년 바너드대학교 섹슈얼리티협의회(Barnard College Conference on Sexuality)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 얼마 되지 않아서, 급진주의 자유의지론 페미니스트들과 급진주의 문화 페미니스트들의 차이가 현격하게 커지면서 바너드협의회는 없어졌다.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 85-86쪽) 급진주의 페미니즘 진영 안의 뜨거운 논쟁이었던 주제들 중 첫째, 포르노에 관한 논의를 다룬 부분에 위의 인용문이 나온다. 즉 급진주의-자유의지론 페미니스트들은 우리 사회에서 억압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일깨우기 위해서 여성들은 포르노를 볼 뿐 아니라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 2019. 10. 2.
[2장. 급진주의 페미니즘] 성에 대해 말하지 않는 사회 패션 잡지 의 표지를 우아하게 장식하는 모델들의 완벽할 정도로 날씬한 몸매는 보통 여성의 기준이 된다. 그 누구도 분명하게 "미국 최고 모델들 중 한 명의 이미지대로 당신의 통통한 몸매를 다듬어야 한다"는 명확한 법령을 발표할 필요가 없다. 모든 여성은 그냥 자신들에게 기대되는 것, 즉 아름다운 여성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포르노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 온 여성들은 그들에게 기대되는 것이 무엇인지, 성적으로 보수적인 것과, 또한 반대로 성적으로 개방적인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냥 알고 있다.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 70쪽) 위 인용문은 급진주의 페미니스트 중 한 명인 케이트 밀릿(Kate Millet)에 관한 서술 부분이다. 케이트 밀릿은 미국의 유명한 작가.. 2019. 9. 30.
[2장. 급진주의 페미니즘] 이제는 섹슈얼리티를 말할 시간 급진주의 페미니스트들은 가부장적 체계 안에서는 진정한 젠더 평등 혹은 성 평등이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이러한 페미니스트들에게는 그 체계가 억압적인 가부장적 규범, 가정, 제도로 가득하기 때문에, 진정한 해방적 개혁은 남성 우월주의를 제거하는 급진적인 질서 재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 65쪽) 흔히 섹슈얼리티라고 할 때의 그 섹슈얼리티란, 성에 관한 어디에서 어디까지를 말하는 걸까. 이성애적 관계에서의 연애 - 섹스 - 결혼 - 임신 - 출산 - 육아 이 전 과정이 사실상 다 섹슈얼리티에 관한 것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섹슈얼리티의 이야기를 허용하는 사회일까. 너무도 급진적이어서 이름조차 '급진주의' 페미니즘인 급진주의 페미니즘. .. 2019. 9. 27.
[1장. 자유주의 페미니즘] 그렇게도 다른 전업주부 노릇 예를 들어 아프리카계 미국인 정치 이론가이자 활동가인 앤절라 데이비스(Angela Davis)는 아프리카 출신 여성 상당수가 전업주부 역할을 억압적이기보다는 해방적인 것으로 경험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아프리카 출신 여성들, 특히 빈곤층은 그들의 노고를 "이름없는 문제점[전통적인 전업주부 역할에 대한 특권층 (백인) 여성들의 불만족]"과 바꿀 수 있다면 너무나 행복해할 것이라고 앤절라 데이비스는 강조했다.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 58쪽.) 각 챕터의 끝부분에 실려있는, 해당 이론에 대한 비판점들 중 한가지이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이 인종, 계층, 성적 지향의 문제를 잘 다루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야만 하는 많은 여성들과 남편이 돈을 잘 벌어오기 때문에 돈을 벌 필요가.. 2019. 9. 25.
[1장. 자유주의 페미니즘] 아 베티 프리던~~~ 마치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베티 프리던의 책을 읽고 거기에 푸욱 빠졌던 적이 있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 거기에서 조금 빠져나오기는 했지만, 그의 이론이 너무도 매력적이어서 지금까지도 일종의 신념처럼 믿는 것도 있을만큼. 그런데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 5판에서는 베티 프리던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미 그를 알고 있는, 적어도 첫번째 저서 '여성성의 신화'(The Feminine Mystique)는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을 독자로 가정하고 베티 프리던 파트를 쓴 것 같다. 그래서 1963년 저서 '여성성의 신화'와 그로부터 18년 후인 1981년 저서 '제2의 단계'(The Second Stage), 그로부터 12년 후인 1993년 저서 '시대의 샘'(The Fountain of A.. 2019. 9. 24.
[1장. 자유주의 페미니즘] 170년 전 그 날, '극단적'인 여성 참정권 요구 세니커폴스 대회에서 만장일치의 지지를 받지 못한 단 하나의 결의안은 아홉 번째 조항인 수전 앤서니(Susan Anthony)의 여성 참정권 결의안이었다. 즉, "결단코 신성한 선거권을 확보하는 것은 이 나라 여성들의 의무다"라는 조항이다. 대회에 참석한 다수의 대표들은 다른 모든 요구가 거부될까 두려워 그러한 '극단적' 요구를 밀어붙이기를 꺼려했다. 그럼에도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 노예제도 폐지론자인 프레데릭 더글러스(Frederick Douglass)의 도움으로, 이 아홉 번째 조항은 겨우 통과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사회적인 문제에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행동하기에 거리낌이 없는 여자들도 존재하지만, 사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역사와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역사에 관심이 없지는 않았던 것.. 2019. 9. 20.
[1장. 자유주의 페미니즘] 메리 울스톤크래프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가 여성들에게 가장 원했던 것은 인간다움(personhood)이었다. 그녀는 여성이 "이성을 멀리하고 남편이 즐겁기를 원할 때마다 남편의 귀에 듣기 좋게 딸랑이를 울려 대야 하는", "남성의 장난감, 그의 노리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시말하면 여성은 단지 남성의 즐거움이나 행복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이마누엘 칸트가 말한 바와 같이 여성은 그녀 자체로 목적이며, 자기결정의 능력 속에 그 위엄성이 들어 있는 합리적 행위자다.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 24쪽) 두둥~! 서구 페미니즘의 역사상 가장 처음 등장한 페미니즘인 자유주의 페미니즘에서도 제일 처음 등장한 페미니스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1759년부터 1797년까지 살았던 사람이라고 하니, 지금으로부터 2.. 2019. 9. 18.
[서론] 성장, 향상, 재고, 확장하는 페미니즘 관점들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의 이번 개정판에서는 여기서 제시한 각 페미니스트 관점의 강점은 물론 약점까지도 논의하고자 노력했다. ...... 다른 모든 관점에 대해 승리하는 한 가지 관점을 찾고 있는 독자가 있다면 이 책의 말미에서 결국 실망할 것이다. 모든 페미니스트 관점이 똑같이 옳을 수는 없다 해도, 여기에서 결정적인 최종 발언을 할 필요는 없다. 대신에 진정한 페미니스트 사상가들에게는 언제나 성장, 향상, 재고, 확장의 여지가 있다. 이렇게 숨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인해 우리는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권위주의적인 덫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게. "다른 모든 관점에 대해 승리하는 한 가지 관점"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벌레 물린 데, 근육통, 살짝 까진 데, 멍든 데 등등 어.. 2019. 9. 16.
출간 맞이 오늘의 구절들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이 출간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온 실물 책을 받아보니...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면, 그동안 나의 뼈와 살을 갈아넣은 네가 드디어 나왔구나 싶네요. 아직 온라인 서점에는 19일 출고라고 뜨긴 하는데, 어쨌거나 실물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이 여러 세팅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읽혀지기를 바라며.. 그 동안 번역하면서 마음에 들었던 구절, 고민되었던 구절 등을 모아놓았던 것에 더해, 저도 새롭게 또 읽으며 오늘의 구절들을 책 속에서 뽑아서 올리려고 합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역자의 관점에서 뽑은 것들이니 감안해주시길~~ 2019.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