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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문화가 학생을 길들이는 방식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지배 문화, dominator culture. 벨 훅스가 이 책에서 계속해서 많이 말하고 있는 어구다. Dominator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 놓은 사회 구조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고, 심지어 '문화'이기도 하다는 것. 지배자 dominator 란 그야말로 억압받는 계층과 대립적인 위치에 있는, 권력자 집단일 것이다. 그런 문화가 학생들에게 학습된 무기력을 심어놓는다. 그래서 학교의 권위주의가 공고히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학습자들이 참여해야 하는 수업을 귀찮아하는 경우를 보았다. 즉 수업시간에 말을 시키면 귀찮아 한다. 할 게 많으면 귀찮아 한다. 어린 대학생들이든, 나이 많은 성인 학습자들이든. 또한 한없이 겸손한 학생들이 있다. 스스로의 역량을 그렇게까지 겸손하게 낮추지 않아도 되는데 한없.. 2021. 5. 14.
사랑하는, 혹은 사랑하지 않는 가족에게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당신들이 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해 나를 잘 길러준 것에 감사드립니다. 당신들 자신도 원가족에서의 아픔과 상처와 트라우마를 지닌 외로운 인간들로서, 그래도 애써서 저를 잘 길러준 것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그 모든 폭력의 순간들, 언어적 폭력, 신체적 폭력, 혹은 정서적 방임, 정서적 학대, 그 모든 순간들을 잊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당신들이 부모로서의 할 일을 다 하지 않았던 그 모든 순간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품좋은 벨 훅스처럼 모두 용서했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다만 그 벨 훅스가 말한 것처럼, without shame, 수치스러워하지 않고 그 과거에 직면함으로써 스스로 치유받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고자 합니다. 당신들이 생존해 있었으면 아무리 강력 멘탈인 나로서도 .. 2021. 5. 7.
과거에 직면함으로 자유로워지기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이 구절은 벨 훅스가 자신의 가족에 관해 말하는 맥락에서이다. 더 구체적으로 하자면, 부모님에게 쓰는 편지글 중 한 부분이다. 벨 훅스가 유명인이 되었는데 하도 본인 글과 강연 등에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다녀서 부모님이 그에 대해 불편해했던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 맥락에서 벨 훅스가 부모님에게 쓴 편지이다. 아마도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거나 타인의 감정을 돌아보는 일을 하도록 훈련받은 적이 없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그러겠지만, 누군가에게 힘든 일이 있을 때 '잊어버려'라고들 흔히 말한다. '다 잊어버리고, 새출발 해'라고도 말한다. 벨 훅스가 이 글에서 콕 집어 꼬집는게 또한 그런 말들과 그런 말 뒤에 감추어져 있는 관점이다. 과거의 고통스런 일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현재에 그 일에 대처하는 한 .. 2021. 5. 7.
당신에게 강의실(교실)이란? [벨 훅스가 말하는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강의를 하면서 가장 좋은 점 중 한가지는 강의실에서 강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즉, 뭐가 됐든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대학에서 한 학기 강의를 할 때, 내 강의계획서를 누구에게 검사받을 필요도 없다. 강의를 망쳤다고 상사에게 혼나거나 승진 점수를 깎이거나 하지도 않는다. 나야 강사라 그렇다 쳐도, 교수들의 직장생활에도 강의가 딱히 중요하지도 않고 대체로 누구도 터치하지 않는다. 벨 훅스는 바로 그 점을 콕 집어 꼬집는다. 교수들이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독재적인 규칙"으로 "통제"하고, 강의실을 자신의 "작은 국가"로 여긴다는 것이다. 그 작은 국가에서 본인은 국왕일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가르치든지간에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다. 그래서 교수 혹은 강사는 강의실에서 혼자 .. 2021. 4. 30.
이론과 실천의 연결 [벨 훅스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벨 훅스의 교육관련 시리즈 3권 중 국내 미번역서인 'Teaching Community'를 요즘 번역 중에 있습니다. 예전에 이 책으로 페페스터디를 하면서 좋은 구절들을 뽑아서 게시물을 51개나 이미 올려놓았네요. 일주일에 한 개씩 또 올려봅니다. 활동가들은 치열하게 운동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는 것 같고, 학자들은 연구한 것 가지고 글쓰고 말하느라 실천할 시간이 없는 것 같고, 그런 이론과 실천 사이의 간극을 조금씩 더 좁혀보자는 게 벨 훅스가 이런 대중서적을 집필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이론과 실천의 연결, 할 수 있다!!라고 용기를 주네요. 저에게는 항상 힘을 주는 벨 훅스의 글에 오늘도 감사하게 됩니다. 2021. 4. 23.
수요일의 랜선 페미니즘: 저자들과 함께하는 독서모임 포스팅 올리는 것을 잊고 있어서 뒤늦게 올립니다. 온라인 북토크의 열기를 이어가자는 요청도 있었고, 온라인 북토크에서 각 저자분들이 추천해주신 책들이 너무 좋아보여 함께 읽고 싶어서, 책방 달리봄과 페페연구소 공동기획으로 독서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총 3개의 시즌, 7회차에, 7명의 저자분들이 한 회차씩 진행합니다. 현재 시즌1은 잘 마쳤고, 5월에 시즌2 시작을 앞두고 있습니다. ^^ 2021. 4. 22.
북토크 소감 모음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1월부터 2월까지 총 5회차에 걸친 온라인 북토크를 무사히 마쳤다. 참가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싶어서 설문을 했고, '전반적인 소감'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들에 또 한 번 힘이 났다. 페미니즘을 책으로만 익히고 있었다는 참가자의 말, 페미니즘이 외롭고 고독한 싸움 같았다는 참가자의 말에 나의 옛 모습도 겹쳐졌다. 페미니즘을 미국의 대학에서 처음 공부했으니 나도 페미니즘을 책으로만 익혔던 경우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시가에 맡겨 키우던 아이를 데려오고, 연이은 둘째아이의 임신 출산, 두 아이 양육으로 충분히 버거웠다. 마음 한 켠에 페미니즘을 늘 붙들고 살기는 했지만 그야말로 외롭고 고독한 전장같았던 시절이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페미니즘으로는 누구와도 연결되지 못한 채 오랫동안 살았던 것 같다. 육.. 2021. 3. 1.
누구도 해치지 않는 놀이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최초 신고, 보도자인 추적단불꽃이 그 텔레그램 방들에서 본 것들 중에 가장 끔찍했던 것은, 무시무시한 성착취를 그곳 가해자들이 '놀이', 즉 유흥과 재미로서 즐기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N번방이후교육을말하다, 12쪽). 단지 돈을 내고 구매했다는 이유만으로, 한없이 잔혹한 일을 즐겼다는 점이다.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의 가장 마지막 챕터인 '문화예술인이 말하다'에서 직장인이자 문화예술인인 정다희는 어떻게 이 잔혹한 놀이를 멈출 수 있을지 질문한다. 누군가를 깔아뭉개지 않고도, 서로 존중하면서도, 즐겁게 놀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책의 411쪽, '모두 슈퍼스타가 될 필요가 없으니까'라는 글에서 저자 정다희는 직장에 다니면서 한편으로 음악을 만들고 글을 쓰는 일을 하는 자.. 2021. 2. 22.
더 많은 남성이 페미가 되어야 하는 이유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다시한번 말해야 하고 차근차근 설명해서 알려줘야 한다면 해야겠지. 페미니즘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좋다는 것을. 초등교사 장재영은 이 점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한다. 남자 또한 남자로 살아남기 위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것. 페미니즘이란 남성에게도 그런 대가가 부당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라는 점. 작년 경기도교육연구원의 이혜정박사 등과 공동연구로 진행한 학교교육 장면에서의 섹슈얼리티 관련 (고등학생 대상) 연구에 의하면, 남고에 재학중인 학생들의 성평등인식이 가.장. 낮았다. 남녀공학에 재학중인 남학생, 여학생, 여고에 재학중인 여학생, 남고에 재학중인 남학생, 이렇게 네 그룹으로 나누었을 때. 남중, 남고를 졸업한 페미니스트 유시경은 본인이 겪어온 폭력적인 문화를 고발한다. 남함페 .. 2021. 2. 17.
학교에서 '성' 얘기, 해도 되나요?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아동청소년의 문화는 비단 아동청소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성인들의 문화를 보고 배우는 것이다. 학교에서 '성' 얘기가 꺼려진다면, 학교 밖 성인들의 세계에서는 과연 '성' 얘기가 어떤 방식으로 되거나 혹은 되지 않고 있는지도 함께 돌아보아야 한다. 언제까지 '성=야한 것'으로 치부하고 말하기를 금기시할 것인가. '야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살펴보았는데, '천하게 아리땁다'(표준국어대사전), '성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힘이 있다'(고려대한국어대사전)는 뜻이 등장한다. 또한 놀랍게도 '야(冶)'자는 한자어였고, 6번째 뜻으로 '예쁘다, 요염하다'란 뜻이 있었다. 언어학자가 아니라서 더 이상 어원을 파고들지는 못하겠으나, 학교에서든 어디에서든 '성'이 감추어야만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지금 사회에서, 도대체 .. 2021.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