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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공간인 이론 2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우리가 학문적인 이론을 가지고 분석하는 것이 무엇인가. 타인과 타인의 경험만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벨 훅스는 자신의 경험을 분석한다고 말한다. 나의 삶, 나의 경험, 내 삶에서의 상처까지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분석함으로써, 그래서 그 상처를 '설명'함으로써 상처가 사라지도록 하는 것이 이론 작업이라고 말한다. 29살에 처음으로 페미니즘을 공부를 통해 만났지만 그 동안 살아온 삶의 습관 때문에 내 삶이 갑자기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았다. 30살에 첫 아이를 출산하고, 31살에 아이를 한국으로 시어머니에게 맡겨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나도 그 때 미친듯이 책을 찾았던 것 같다. 여성이 아이를 키우며 자기 일을 하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데 왜 아무도 나에게 말해주지 않은 걸까, 이건 왜 이렇게 힘들.. 2022. 1. 15.
치유의 공간인 이론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어렴풋이, 이론과 일상을 연결하는 일에서 공부의 재미를 느끼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런 몇 년 간의 경험이 배움에 관한 나의 근본적인 생각이나 습관을 바꾸지는 못했다. 오히려 나를 바꾼 건 바로 이 구절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론에서 치유의 공간을 발견했다."(p.65) 이 때의 '이론'이 무엇인지에 관한 벨 훅스의 생각은 뒷부분에 나오니까 조금 있다가 살펴보기로 하고. 그 정의가 무엇이든간에, 대학 강의실에서 배우는 이론이, 나의 삶의 상처를 치유하는 공간이라니! 그러면서 이 다음 페이지에 벨 훅스는 어린 시절 가정 내에서 폭력적이고 가부장적인 부모 밑에서 받았던 상처를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이론이 왜 치유의 공간인지를 보다 자세히 설명한다. (게시물이 너무 길어져서 쪼갰습니다. to.. 2022. 1. 13.
벨 훅스와 파울로 프레이리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이 상황의 앞에 벌어졌던 상황 자체부터 일종의 난관이었다. 벨 훅스는 평소에 프레이리 연구에서의 성차별적 측면을 이미 비판해온 바 있었다. 이 만남은 벨 훅스가 산타크루즈 대학의 학생이면서 강의도 하고 있을 때였는데, 아무도 프레이리가 오는 공개강연이 있다는 것을 벨 훅스에게 알려주지 않아 뒤늦게 알았고, 불참자의 자리를 대신하여 겨우 참석했다고 한다. 아무리 벨 훅스라지만 학생이었는데, 강의를 하고 있을 때였다니 대학원생이었을 것 같은데, 교수의 권력, 학계에서 권위자의 권력을 가장 두려워할 때가 사실 그 때인데, 벨 훅스는 용감히 프레이리에게 비판적 질문을 했던 것 같다. 주위 사람들이 그 질문을 막고 평가절하했다니, 도전적인 질문이었겠지. 하지만 프레이리 본인이 그 질문에 집중해주었을 때 벨 훅스는.. 2022. 1. 11.
불편함을 이야기하기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구체적인 전략이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벨 훅스가 했던 일들 중에서 이것저것 가르칠 때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비판적 사고를 하게 될수록, 사회 구조의 부조리를 보게 될수록, 일상의 모든 것이 불편해진다. 지난학기 수강생 중 한 명도, 늘 편안하게 보던 각종 미디어들이 조금씩 불편해지기 시작했고 생각하며 보게 되었다고 했다. 벨 훅스가 한 것은 그 불편함까지도 강의실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준 것이다. 특히 명절, 여기서는 휴가(holidays)라고 했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연휴나 명절에 버금가는 것도 holiday라고 하니까. 아무튼 우리나라로 치면 명절에 집에 다녀와서 어땠니? 하고 물어보는 거다. 그러면 아마도 그 동안 당연시했던 성별 불평등한 명절 가사노동을 관찰 혹은 경험한.. 2022. 1. 9.
강의실에서, 서로의 목소리 듣기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오래 전 이 책을 읽으며 바로 이 부분에 꽂혀서, 그로부터 얼마 후 내가 하는 강의에서도 항상 학생들이 글을 써오게 해서 그 글을 수업에서 읽도록 해왔다. 나도 처음 시도해보는 거라서 처음에는 대학원 수업에서 조심스럽게, 점수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배점 내에서 시도했다. 다만 이 때의 글이 수업의 내용에 관한 학술적인 글이 아니라, 무엇이든 본인 주변에서 최근에 본인이 관심갖고 있는 바에 대해 약간 조사해서 자신의 생각을 쓰도록 했다. 그 글을 수업에서 읽으면 그 내용에 대해 다같이 토론했다. 한 번도 안 해본 것을 시도하는 나로서도 조금의 두려움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던 경험인 듯 해서 얼마 후에는 조금 더 큰 비중을 두고, 그리고 학부 강의를 하게 되자 학부 강의에서도 시도해 보았다. 아직도 .. 2022. 1. 7.
안전한 공간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일단은 '많은' 교수들이 교실이 안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는 것도 약간 충격이다. 미국이라 그런건가? 근데 벨 훅스의 일침은 그 때의 안전한 공간이란, 교수들에게 안전한 공간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질문으로 도전받을 필요도 없고, 해결할 갈등도 없는, 본인이 준비한 바를 떠들고 나가면 되는 그런 안전한 공간. 하지만 교수의 관점에서 안전해보이는 공간도 학생들, 특히 어떤 특정 계층의 학생들에게는 안전하지 않다는 이야기. 특히 '유색인' 학생들이 안전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구절은 특히 '여'학생들로 바꾸어 생각해볼 수 있겠다. 학습자중심교육이란 강의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 가르치는 데 필요한 모든 개념들 하나하나를 이렇듯 철저하게 '교육자' 중심이 아니라 '학습자' 중심으로, 학습자의 관.. 2022. 1. 5.
꼰대성과 참여교육 사이 어딘가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이 챕터의 제목은 '참여 교육'(Engaged Pedagogy)이다. 'engage'란 끌어들이다, 관계맺다 라는 뜻이 있고, 그런 의미에서 서로가 서로의 존재에, 삶에 관계를 맺는 교육이란 의미에서 '참여 교육'도 괜찮은 번역인 것 같다. 이 챕터에서 벨 훅스는 학생들의 삶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교육을 말한다. 그러면서 교육자가 자기 자신의 경험을 드러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말한다. 소규모로 진행되었던 지난학기 대학원 수업에서 어떤 대학원생이 나의 개인적인 삶에 관해 콕 집어 질문한 적이 있다. 기혼여성으로서 본인이 어떻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곁들이면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사실 그런 이야기는 대면수업이었으면 수업 끝나고 밥 먹으면서 혹은 차 마시면서 나눌만한 이야기였다고 .. 2022. 1. 3.
변화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대학의 강의실에서 본인이 어떻게 가르치는지에 관해, 강의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해 "상세하고 깊이있게" 이야기하는 대학 교수/강사들은 많지 않다. 대학 교수들의 직업경로에서 수업이란, 특별히 못 했을 때 벌점으로나 반영될만한 것이다.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는 것이 승진의 기준점이다. 전통적인 커리어 트랙에서 강사들은 대체로, 대학에서 하는 강사 생활을 어딘가 더 좋은 곳으로 가기 위한 발판으로 여긴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 대학에 교수로 취업할 때까지, 혹은 연구소에 정규직 연구원으로 취업할 때까지, 이력서를 채워야 해서 하는 일쯤으로. 그런 시스템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공이 교육학도 아닌 벨 훅스가 교육에 관해 이토록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하고 말하고 쓴 글이 더욱 더 소중하다. 언젠가 아주 오래 전에.. 2021. 12. 30.
흥이 나는 교실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이 구절 바로 앞에 나오는 구절이다. "내가 처음 맡았던 학부 수업에서 나는 초등학교 시절 사명감을 지닌 흑인 여교사들이 보여주었던 수업들, 프레이리의 연구, 급진적 교육학에 대한 페미니스트적 사고에 의지하여 강의했다."(p.13.) 나의 첫 대학 강의는 석사 졸업 후, 천안의 기술교대에서였다. 당시 상담전공이었던 선배가 교육심리학 강의를 맡기길래, '언니 저는 상담이 아니고 평생교육인데요' 라고 했더니, '어우 그냥 다 할 수 있잖아, 그럼 그냥 하는 거야'라고 했다. 그리고 선배 언니가 교재로 쓰라고 한 교육심리학 교재를 그대로 강의했다. 사실 어떻게 강의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토론시간을 주었는지 아닌지도. 다만 뭔가 현장으로 나가서 교육심리와 관련된 기관을 조사해오게 하는 그룹 프로젝트를 내주.. 2021. 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