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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조차 우리의 목소리를 막을 수 없도록 - 벨 훅스 이 구절을 곱씹으며 상상해 보면.... 마치 예전에 영화 '서프러제트'를 보고 난 후의 느낌처럼.. 무언가 거대한 여성들의 무리가 함께 모여있는 그런 느낌 혹은 이미지가 상상이 된다. 마치 영화 '반지의 제왕' 마지막편에서 거대한 검은 유령들의 무리가 나타나 함께 전투를 했던 것 같은 이미지랄까. 우리의 이름이 불려지지도 않고 잊혀지기나 하는 이런 세상에서 살고 있다 하더라도, 아니 그렇기에 더욱, 공동체의 정신으로 서로에게 다가가고, 심지어 위대한 작가들 사상가들 예술가들 그게 누가 됐든 그 여성들의 삶 뿐 아니라 그들의 죽음과 죽어가는 과정을 통해서도 우리는 배우고 가르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죽음에 참예하고 기억하며 기념하는 행위를 통해 그들의 목소리가 심지어 죽음 후에도 절대 침묵당하지 않고 .. 2020. 4. 27.
수업이 즉흥연주와 같았다 - 벨 훅스 마치 재즈의 즉흥연주와 같았다. 학생들이 자리를 뜨려 하지 않았고, 우리 모두 그 순간이 끝나지 않기를 바랬다는 구절이 나에게는 강렬하게 와닿는다. 내가 가르치는 수업에서 학생들과 함께 읽는 책의 저자를 초대해서 그와 함께 대화하고, 그로 인해 학생들과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현재에 온전히 충실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런데 그러기에는 내 수업이 모두 서구 학자들의 이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ㅠㅠ 아, 딱 한 번, 무언가 평생교육사 과목을 강의할 때, 여성인력개발센터장님을 초빙해서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아마도 평생교육 경영론 수업이었을 것 같다. 한 번도 평생교육기관의 경영 일을 해본 적이 없는 내가, 역시 아마도 관리자급 위치에 오르기 전까지는 평생교육기관을 경영해볼 일이 없는 학생들.. 2020. 4. 26.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 - 벨 훅스 이 부분에서는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맞이했던 일과 함께 이 일화를 쓰고 있다. 아마도 친한 친구였을 토니가 암으로 죽어가면서도 너는 일 좀 그만 하고 파티좀 해~ 라고 말했을 때, 벨 훅스는 친구의 충고를 진지하게 삶에 받아들였고, 내가 너처럼 갑자기 막 파티를 열고 그러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내 삶에서 기쁨의 공간을 만들어보려고 할게~ 라고 대답했다. spaces of joy. 즐길 수 있는 공간. 기쁘게 살 수 있는 공간. 그야말로 내가 그 안에 들어가서 joy로 숨쉴 수 있는 공간을 찾아내고 만들어볼게~ 라더 벨 훅스의 다짐. 아마도 유머와 위트와 웃음이 중요하다고 말한 그 다음 페이지의 내용으로 보아, 벨 훅스는 토니의 말처럼 삶을 즐기며, 지금 현재를 즐기며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2020. 4. 23.
항상 미래만 생각해... 왜? - 벨 훅스 나는 연극을 해보고 싶었다. 공부만 하다가 대학에 입학한 후에 연극동아리에 기웃거렸다. 동아리방에 같이 찾아갔던 친구는 다른 데로 가버렸고, 결국 나는 동아리방에 혼자 찾아가서 연극하고 싶어서 왔다고 말하는 용감한 일을 감행했다. 1학년 여름방학이었다. 계절학기 수업을 마치고 며칠간 동아리방에 출근했다. 여름방학에 하는 캠프가 있다고 했다. 며칠동안 함께 어딘가로 가서 연극도 배우고 서로 친해지기도 하는 워크샵이라고 했다. 아는 사람이 없어서 동아리방에 앉았다 오는 게 재미는 없었지만, 그 캠프는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서 가고 싶었다. 집-학교-학원만 오가며 죽도록 공부하고 대학에 온 내가 막연히 그리던 게 그런 거였구나 하고, 듣는 순간 알아차렸다. 핸드폰은 고사하고 씨티폰은 고사하고 삐삐도 없어서 연.. 2020. 4. 22.
페미북클럽 4번째 모임 [3월 -> 4월 순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여, 3월 모임을 쉬고 4월에 온라인으로 모입니다. 내일모레네요. ^^ 벨 훅스 책의 번역서 중 최신작인 '비판적 사고 가르치기'를 읽고 온라인 화상회의로 모입니다. 지켜야 할 것이 많은 요즘, 책을 읽고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더 힘을 얻습니다. 5월에는 벨 훅스 책 읽기 모임 5회차 시리즈의 마지막 회차를 '올 어바웃 러브'를 읽고 만나 마무리합니다. 6월 이후의 페미북클럽은 운영 멤버들과 기획 중인데, 우리 모두를 분노하게 했던 n번방사건과 관련하여 포르노, 성매매, 강간, 성폭력, 섹슈얼리티 등의 책을 3회차 시리즈로 읽어나가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블로그, 인스타, 트위터, 페북에 공지합니다. ^^ 페미북클럽 여러분 내.. 2020. 4. 21.
원래 다 힘든 거야 쫌만 참아... 무엇을 위해? - 벨 훅스 아..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나의 삶이나 지금 세대의 삶이나, 언제나 유보한 즐거움에 대한 막연한 기대로 현재의 고통을 참아야 했던 것이. 고등학교 때 죽도록 공부했다. 학교 학원 집 외에 다른 세계는 있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해서 대학에 갔다. 대학에 가면 갑자기 장미빛 세상이 찾아올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가. 무엇을 위해 지금 노력하는가.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지금 여기 강의실에서의 배움의 즐거움을 놓친다는 이야기가 이번 구절의 주제이다. 2020. 4. 21.
[피리부는 여자들] 남자가 없어도 잘 살아 내가 이 책을 펀딩하게 된 것은 휘슬러 냄비세트에 관한 대화를 보고 나서였다. 딸이 결혼하면 주려고 휘슬러 냄비세트를 사서 몇 년째 고이 쟁여놓는 엄마와, 독립해서 원가족에서 이사나가면서 그 냄비세트를 달라고 주장하는 딸의 대화. 온 가족이 다 있는데 이 책이 왔다. 아니 정확하게는, 학교도 못 가는 요즘 집 앞에 오는 택배상자를 문 빼꼼 열고 찾아 들여오는 게 삶의 낙인 둘째가 택배상자를 들여왔다. 박스를 뜯고 책을 펼쳐서 휘슬러 냄비세트에 관한 엄마와 딸의 대화 장면을 읽어주었다. 중학생인 큰아이는 황당해하며, 몇 초간 생각하다가, 나는 그런 거 필요없다고 했다. 음.. 하고 역시 몇 초간 생각하고서, 엄마는 휘슬러 냄비세트 안 사놓을 거야, 라고 했다. 남편은 '혼자 사는 여자가 그 냄비 세트가 왜.. 2020. 4. 19.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 자살한 부모의 자식들 시작은 페미니즘 서점 '달리,봄'의 멤버쉽이었다. 매 시즌마다 한 명의 페미니스트를 정해서, 그 분이 추천하는 책을 집으로 발송해주는 것이 매력인 멤버쉽 서비스. 약 3개월간인 이번 시즌 동안 한 권의 책만 받아보는 '달리' 회원을 신청했는데, 설명을 읽어보고 나서 두 권을 더 구매하게 되었다. 다음에는 아예 시즌동안 3권을 받아볼 수 있는 '봄' 회원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이번 시즌의 페미니스트 권김현영 선생님이 추천했다는 어떤 책을 쓴 작가가 그보다 먼저 쓴 책이니, 함께 읽어보면 좋다고 했다. 모두 그래픽 노블이라길래 부담없으려니 하는 생각도 있었다. 추천받은 책은 '부러진 날개'라는 책이었는데, 작가는 사실 그보다 먼저 출간한 이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이 유명해지자 '그럼 당신의 어머니는 .. 2020. 4. 19.
페페연구소와 책방 달리,봄의 협업 프로그램 페페스터디 잘 마쳤습니다 페미니즘 책방 달리,봄과 함께한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영어책읽기 모임 2020 '페페스터디' 시즌1을 잘 마쳤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중간에 휴회도 하고 오프라인에서 결국 온라인모임으로 전환해서 끈질기게 이어갔습니다. 벨 훅스의 미번역서 Teaching Community를 읽으며, 이 시대의 페미니즘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해 함께 고민했던 시간들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마음을 열고 깊이있는 질문으로 열심히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20. 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