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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스터디/Teaching Community

항상 미래만 생각해... 왜? - 벨 훅스

by 페페연구소 2020.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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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극을 해보고 싶었다. 공부만 하다가 대학에 입학한 후에 연극동아리에 기웃거렸다. 동아리방에 같이 찾아갔던 친구는 다른 데로 가버렸고, 결국 나는 동아리방에 혼자 찾아가서 연극하고 싶어서 왔다고 말하는 용감한 일을 감행했다. 1학년 여름방학이었다. 계절학기 수업을 마치고 며칠간 동아리방에 출근했다. 여름방학에 하는 캠프가 있다고 했다. 며칠동안 함께 어딘가로 가서 연극도 배우고 서로 친해지기도 하는 워크샵이라고 했다. 아는 사람이 없어서 동아리방에 앉았다 오는 게 재미는 없었지만, 그 캠프는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서 가고 싶었다. 집-학교-학원만 오가며 죽도록 공부하고 대학에 온 내가 막연히 그리던 게 그런 거였구나 하고, 듣는 순간 알아차렸다.

핸드폰은 고사하고 씨티폰은 고사하고 삐삐도 없어서 연락은 집전화와 공중전화로 하던 시절, 신입회원 챙긴다고 어떤 동아리 회원이 우리집에 전화를 했고, 때마침 내가 없을 때 엄마가 받았다. 엄마는 또 몽둥이를 들었던 것 같다. 연극동아리를 하면 내가 '문란해진다'고 했다. 그리고 나중에 너 성공한 다음에 그런 거 얼마든지 다 할 수 있으니 그 때 하라고 했다. 나는 그 어느 주장도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 시절 나의 삶이 그랬듯이, 엄마가 싫어하는 일이라 연극동아리를 포기해야만 했다. 

그로부터 20년도 더 지난 오늘, 벨 훅스의 책을 읽으며, 나의 그 경험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엄마의 그 사고방식에, "제국주의적, 백인우월주의적, 자본주의적, 가부장적" 사고라는 이름을 붙여본다. 항상 미래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우리의 시선이 항상 미래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 여기, 현재의 삶을 즐기거나 누리거나 거기에 온전히 참예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 경험을 설명할 언어를 얻은 김에, 그 때 연극동아리를 했었다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까 하고 소용없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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