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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책 (저서, 역서)/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15

교사가 마주하는 성차별적 학교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페미 교사들이 모인 4장에서는 학교의 성차별적 현실에 대한 적나라한 이야기가 드러난다. 학생들이 경험하는 학교의 문화는 상당부분 교사들이 만드는 것일텐데, 바로 그 교사들 자신은 학교 안에서, 자신의 직장 안에서 일상적으로 어떠한 성차별적 교직 문화와 마주하고 있는지 낱낱이 드러난다.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문제가 아니었던 것들이, 이제는 너무도 큰 문제였음이 드러난다. 도대체 왜 성별로 번호를 나눠야 하는가. 4장 후반부에서 유진은 결국 성별분리번호를 바꾸었을 때 아무런 불편이나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애초에 너무도 성차별적인 그 성별분리번호를 고집해야 했을까. 게다가 '여자애들이 뒷 번호면 성차별이야? 응 그럼 앞으로 보내'라고 하는 이런 이분법적인 사고방식, 아니 사고방식이라 .. 2021. 1. 18.
양육자와 교사, 아이들의 또래문화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양정아 저자는 유치원 선생님이다. 그런데 심지어 유아기의 아이에게서도 가부장제가 몸에 배어, 엄마를 함부로 대하고 여자아이들을 무시하는 유아를 만난 적이 있다고 했다. 충격적이었다. 그런 아이가 크면 엄마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아들이 되는구나 싶었고, 그런 일이 정말로 어린 나이부터 시작되는구나 싶었다. 초등교사 장재영은, 남자애들이 뭘 보고 노는지 모르지 않지만 내 아이가 거기에서 소외되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하는 양육자를 만난 적이 있다. 초등학생 남자아이들이 돌려보는 것은 포르노(광범위한 의미에서)다. 그런데 어떤 아이의 양육자는, 내 아이가 그런 남성연대 또래문화에서 소외되기를 원치 않는다고 했다. 이성경은 두 아이의 엄마인 기혼여성이다. 아무리 집 안에서 남편과 함께 성차별 없는 육아를 하려고 노력.. 2021. 1. 17.
동의했잖아? 아닌데?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2019년 11월, 식당에서 상대방 접시에 고기를 덜어준 행동이 '성관계를 암묵적으로 동의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런 어이없는 판결을 뉴스를 통해 접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일상에서는 많은 순간 동의와 비동의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섹스할래?라는 애인의 말에 세 번 거절했지만 네 번째에 동의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동의가 되어버린 그 동의는 과연 동의인걸까. 책의 2장에서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동의'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양지혜의 말은 놀랍게도 7장에서 두 아이의 엄마인 이성경의 말과 만난다. 양지혜의 애인이었던 남성이, 그리고 앞서 언급한 사건의 판결을 내린 그 남성이, 그리고 수많은 남자들이 '동의'를 그따위로 해석하는 것은 놀랍게도 부모와 어른들이 어린아이를 대하는 방식에서부터 시작된 .. 2021. 1. 16.
피해와 가해의 이분법 앞에서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물론 N번방 사건에서는 분명히 피해자와 가해자가 존재한다. 그러기에 온 국민이, 특히 일부 혹은 대다수의 남성들이, 가해자를 악마화하고 정신병자 취급을 하면서 자기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일인 양 선긋기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이 정말로 나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을까. 피해와 가해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며 피해와 가해, 혹은 피해와 피해 아닌 것을 명확히 나눌 수 있는 고정불변의 기준이란 무엇인가. 내가 직접 N번방에 입장하지 않았다고 해서 나 자신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는가. 어린 아이들부터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성차별적 문화를 보고 들으며 온몸으로 배워가는 이 사회를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온 나 자신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는가. 저자들은 바로 여기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해주, 하영, 지해의 말은 .. 2021. 1. 13.
교육이란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 교육이란 뭘까. 사람들은 '교육'이라고 말할 때 대부분 마음 속에 일제 시대에 지어진 학교 교실의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교사는 교단에서 말하고 학생들은 자리에 앉아서 듣는 교육. N번방 사건과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는 추적단불꽃 불의 말은(23쪽), 교육이란 기존 사회의 가치관을 그대로 습득하는 사회화가 아니라 기존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질문과 성찰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는 동진의 말(xii쪽)과 만난다. 그리고 그 말들은 성평등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왜'라는 질문이라고 하는 초등교사 해주의 말(136쪽)과 이어진다. 이렇게 말과 말들이 챕터를 넘나들어 만나리라 생각하지 못한 채 각각의 챕터에 의미를 두고 기획한 책이었지만, 나를 포함.. 2021. 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