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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요즘 읽는 책들44

페이드 포: 따뜻하고 해가 좋은 오후에 성매매여성이 되었다 계산을 해보다 순간 흠칫했다. 레이첼 모랜은 내 또래인 것 같다. 레이첼 모랜이 1991년 15살이었다고 했고, 1991년 난 한국나이로 16살이었으니, 아마도 동갑내기일 수도 있다. 내 동갑내기 여자아이가, 중3 나이에, "따뜻하고 해가 좋은 오후에" 성매매여성이 되었다니. 친구 집에서 함께 노숙하던 남자친구의 권유로 길거리 성매매여성이 되었다니. "한 줄을 쓰고는 10분간 그저 응시한다"는 말이 마음에 와 박힌다. 더 이상 한 줄도 나아가기 힘들었을 이 책을 도대체 어떻게 썼을까. 한 문장, 한 구절, 한 단어 하나하나가 어쩌면 피를 토하듯 내뱉은 말은 아니었을까. 2020. 2. 10.
페이드 포: 절대로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기를 부모님의 정신질환, 중독, 가난의 세가지 요소가 서로를 지지하면서 레이첼 모랜의 어린시절을 형성했다고 책에 쓰고 있다. 아빠는 조현병, 엄마는 조울증과 히스테리. 아빠가 자살하고 나서 두어달 후 레이첼 모랜은 엄마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집을 나와 쉼터로 향한다. 하지만 쉼터의 입소규정 때문에 기간이 비는 동안 노숙을 하고, 지나치게 엄격한 규칙으로 쉼터에서 쫓겨나면 또 노숙을 하며 살았다. 열네살 그 어린 아이가. 그 시절로 돌아가는 글쓰기가 레이첼 모랜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읽으면서 줄곧 너무 속상하다. 하지만 "절대로 이곳을 다시는 오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에게 행복을 빌어주기 전 마지막 여행이라고 생각했다는 그녀. 정말로 다시는 절대로 이 고통스러운 곳에 오지 않기를. 그리고 다시금 이 고통을.. 2020. 2. 8.
페이드 포: 문제 가정의 시작이란 우리나라에서 한참 떨어져있는 아일랜드, 나와 인종도 언어도 다르며, 가정 배경 또한 나의 어린시절보다 확연히 더 힘들었던 레이첼 모랜의 이야기에서 그래도 또 공통점을 발견한다. 문제 가정의 균열은 즉 상처는 두 사람이 만나 부부가 될 당시 이미 도사리고 있다가, 아이들을 통해서 존재한다는 것. 이 역시 깊이 생각해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말. 2020. 2. 5.
페이드 포: 레이첼 모랜의 용기에서 배우다 수치심에 대해 오랫동안 숙고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을 한 단어 한 단어 힘겹게 내뱉고 있는 레이첼 모랜. 그녀의 용기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아일랜드에서 성구매자를 형사처벌하는 노르딕모델이 채택된 것이 이 여성의 용기 덕분이라고 한다. 용기있는 여자 레이첼 모랜. 그 이름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2020. 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