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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요즘 읽는 책들/기타26

섹스란 무엇인가 [안드레아 드워킨. 포르노그래피] "포르노그래피의 장면이 신뢰성을 가지려면 여성은 얼마나 인간 이하의 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라는 안드레아 드워킨의 질문을 거꾸로 말해보자. 즉, 여성이 얼마나 인간 이하의 존재로 취급당하기에 포르노그래피의 장면이 신뢰성을 가지는 것일까? 그래봤자 비참한 질문이긴 매한가지이지만. 남성은 정말 포르노를 봐야만 자위를 할 수 있는 것일까? 왜 손으로 혼자 해결하지 못하는 것일까? 포르노에 물든 나머지 애인과 섹스를 할 때에도 포르노 장면을 떠올려야만 사정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면(게일 다인스, 포르노랜드), 남성에게 섹스란 아니 사정이란 무엇인가? 도대체 남자에게 섹스란 뭘까? 사정을 해서 정액을 배출하고 오르가즘을 느끼는 것이 섹스의 목적이라면, 얼마든지 혼자 해도 되지 않나? 여성도 마찬가지로, 몸의 .. 2020. 7. 23.
김지은입니다 [페페연구소 온라인 독서 모임] 안희정 모친상을 계기로 가해진 대통령 스케일의 거국적인 2차가해에 대항하여, 김지은씨와 연대하는 여성들이 이미 '김지은입니다' 책을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김지은입니다'는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습니다. 페페연구소에서도 (사실은 열받아서) 온라인 독서 모임을 열었습니다. 본래 이 책은 페미북클럽 N번방 시리즈에서 11월에 읽을 책으로 선정해놓았지만, 그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서 오늘 온라인으로 모임을 했습니다. 소수 인원이라 1시간으로도 충분할 줄 알았는데,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된 책모임에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숨통트이는 위로의 시간이었습니다. 시간 내어 참여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참여자들이 고른 책 속의 구절들입니다. 이렇게 지금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 2020. 7. 22.
포르노그래피에 물든 남자들 [안드레아 드워킨. 포르노그래피] 어렸을 때부터 포르노 영상을 보고 자라고, 포르노 외에는 그 누구도 남성으로서의 자신의 성이나 여성의 성에 대해 가르쳐주지 않으며, 포르노 영상 이외에도 이 세상의 모든 학문의 구조, 사회를 지배하는 철학이 포르노적인 가치관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결국 어떤 다른 측면에서는 진보적이고 사려깊거나 다정한 남자들도 포르노그래피의 구조를 무의식중으로 믿는 믿음을 갖고 이 사회에서 남자로 성장한다. 여자들은 믿을 수 없지만 남자들은 정말로 포르노에서 보여지는 것이 여자가 원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정말로 믿을 수 없는 사실. 남자들도 화를 내야 한다. 상업적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누군가가 만들어낸 포르노그래피에 자신들의 섹슈얼리티를 빼앗긴다는 사실에 화를 내야 한다. 아.. 갈 길이 멀다. 2020. 7. 22.
우리 모두는 자살생존자다 - 우리가 지금 생각해야 할 것 [안드레아 드워킨. 포르노그래피] 박원순씨의 죽음 앞에서, 우리 모두는 자살 생존자다. (한겨레 신문 기사 참고) "지적으로 명민하고 윤리적으로 고결하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사람들도" 여자가 남자에게 사용되기 위해 존재한다는 신념을 무의식중에 내면화하고 있는 그냥 보통의 사람일 뿐이다. 비단 포르노 영상을 보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아주아주 오래 전부터 철학과 문학에서, 우리 사회의 모든 문화 속에서, 남성지상주의 문화가 "여자를 그림자로 변환시킴으로써 여자 위에 군림하는 남성의 권력을 영속화"하는 일에 동참해왔다. 박씨도 그저 그런 남자들 중 한 명이었을 뿐이다. 아무리 그가 지적으로 뛰어나고 성실히 일하는 시장이었어도, 아무리 대한민국 최초의 성희롱 사건을 맡아 6년간 진행하고 승소를 이끈데다가 무료 변론을 했던 변호사였어도, 그도.. 2020. 7. 21.
박원순 사망 앞에서 - 지식인들을 등에 업은 포르노그래피 [안드레아 드워킨] 포르노는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니고, 영상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세기 전부터 지식인이라 칭하는 남자들이 철학, 문학, 법률, 종교 등에 스며들어가 있도록 만든 것이 바로 포르노그래피적인 가치관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급진주의 페미니스트 중 한 명인 안드레아 드워킨은 80년대에 출간된 이 책에서 포르노그래피의 역사성을 짚어주고 있다. 좌파건 우파건 지식인이건 아니건 상관없다는 말이 거의 트라우마처럼 박원순 사건을 경험하고 있는 오늘 나의 마음에 와 박혔다. 같이 이야기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페미북클럽 오늘 만나요~ 2020. 7. 16.
포르노랜드 - 책 속의 구절들 [페미북클럽] 페미북클럽 n번방 시리즈 1차모임 참여자들이 고른 책 속의 구절들입니다. 이 책은 모든 사람들이 읽어보아야 하는 책입니다. 포르노의 세계가 어떻게 가학적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포르노가 우리 아이들 - 남자아이들 - 과 남자 성인들로부터 어떻게 성을 빼앗았는지, 여자 아이들과 여자 성인들은 어떻게 포르노의 이미지에 물들며 대상화되는지 등등, n번방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주옥같은 내용들입니다. 이미 10년 전에 미국에서 출판된 책이고, 우리나라에는 올해 번역본이 나왔네요. 모든 아들 엄마들, 딸 엄마들, 남자와 함께 학교를 다니고 직장에 다니는 모든 사람들, 남자와 같이 사는 사람들, 기타 등등 남자와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입니다. 페미북클럽에서 함께 읽었기에 함.. 2020. 6. 27.
포르노랜드 읽기 - 페미북클럽 페미북클럽의 새로운 시리즈, N번방 관련 책읽기 시리즈1, 그 중에서도 1차모임 참여자들의 말을 모았습니다. 책을 끝까지 읽어내는 것도, 포르노에 대해 각자의 언어로 말을 하는 것도, 그 무엇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그 과정을 거치고 나온 말들은 무엇보다 단단하게 느껴져서 카드뉴스를 만드는 동안 저에게도 힘이 되었습니다. 소위 N번방 화력이 약해졌다며 다시 해시태그를 달자는 운동도 sns에서 있는 것 같습니다. 포르노 시리즈 책읽기와 이 카드뉴스는 분노의 불꽃을 꺼뜨리지 않고 그 불꽃의 힘으로 주변을,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페페연구소의 노력입니다. 이 뉴스를 읽는 분들 각자가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포르노, 포르노의 이미지, 포르노 문화 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2020. 6. 20.
포르노랜드 - 야동이 주는 메시지 싸우려면 알아야 할 것 같아서 n번방 관련 책읽기 시리즈를 기획했고, 여자라서 무지한 것 같아서 포르노 읽기 3개월 시리즈를 기획했다. 정말이지 그 무한한 포르노의 세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너무도 무지했다. 페미북클럽 참여자들 모두 읽기 힘들었고 구역질났고 끝까지 읽기가 고통스러웠으면서도 끝까지 읽어내기를 마쳤다. 이 용기가 우리의 투쟁의 시작이다. 교육에 관한 우아한 구절들로 가득찬 내 sns에, 나는 이 구역질나는 현실을 드러낸 '포르노랜드'의 구절을 몇 개나 실을 용기가 있을까. 이 책의 구절을 몇 개 게시한다면, 뭐가 바뀌기는 할까. 너무도 거대한 포르노산업 앞에, 그리고 포르노에게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빼앗겨버린 남성들이 내 옆에 앞에 뒤에 널려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 시점에, 의아한 .. 2020. 6. 18.
[피리부는 여자들] 여적여 신화 세 개의 글로 이루어져 있는 '피리부는 여자들'의 세번째이자 마지막 글인 이민경작가의 글이다. 유영하는 글이다. 물 이야기를 묘사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구체적이었던 앞의 두 글과는 달리 이민경작가의 글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음에도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글이다. 문학적이다. 그러게. 우리 여자들은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을 너무도 많이 듣고 자랐다. 내가 인간적인 호감을 느끼는 상대가 남자면 온 세상이 환영하고 지지해주지만 그 상대가 여자일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 세상에서 자랐다. 그런 세상의 한복판을 관통하는 이민경의 글에는 깊은 울림이 있다. 오늘은 이 정도만 씁니다. 인상깊은 구절들이 많아서, 앞으로 계속 올립니다. 2020. 5. 7.
부러진 날개 - 엄마의 한쪽 팔이 불구라는 사실을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몰랐던 아들과 남편 페트라라는 여자가 요양병원에서 다 죽어가게 되도록, 아들과 남편은 페트라가 평생 한쪽 팔을 펼 수 없는 상태인 불구로 살아왔다는 사실을 몰랐다. 어떻게 그럴 수가. 그 남편과 아들은 대체 페트라라는 여자를 어떻게 대하고 살아온 걸까. 첫 장면부터 너무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읽다 보니 페트라의 한쪽 팔이 불구가 된 이유도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페미니즘 서점 '달리,봄'의 멤버쉽 회원으로 가입했고, 이번 시즌의 페미니스트인 권김현영 선생님이 추천했다는 이 책을 받았다. 안 그랬다면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넘어갔을 책. 그래픽 노블이지만 한 권 안에 엄청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아주 대중적으로 훌륭히 잘 쓰여진 생애사 연구의 결과물. 페트라의 아들인 저자 안토니오 알타리바는 알고 보니 대학 교수이고 이미 다른 문.. 2020. 5.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