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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오늘의 구절

[4장. 미국의 유색인종 페미니즘(들)] 교차성 개념의 유래

by 페페연구소 2019. 11. 4.
(인종, 젠더, 계급, 섹슈얼리티, 장애 정도와 같은) 억압의 형태, 양식, 혹은 축은 억압받는 사람들의 삶에서 겹치고 융합된다는 생각이 점차적으로 전면에 등장했다. 이러한 생각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름을 찾으려는 현상이었다. 따라서 킴벌레 크렌쇼(Kimberle Crenshaw)는 기존의 제도적인 구조가 유색인종 여성들의 고유한 필요를 설명하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1989년'교차성'(intersectionality)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그녀의 요점은 기존의 제도들이 백인 여성에 대한 젠더차별은 인정하지만, 인종차별과 젠더차별이 그들의 생생한 경험 속에서 교차한 결과로 유색인종 여성들이 경험한 고유한 차별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 188쪽)

제2의 물결 페미니즘까지는 여성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억압받으며, 그렇기에 여성은 한데 뭉쳐서 투쟁해야 한다는 이념이 지배적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여성이 한 무리로 모여 투쟁했을 때 여러가지 기본적인 법적인 권리들을 획득해나가던 시기였다. 그런데 함께 모여 일하다 보니 여성들간 서로의 다름이 드러났다. 처음에는 특히 같은 여성이지만 백인여성과 흑인여성간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되었다. 흑인여성들은 여성이라 차별받는 동시에 흑인이라 차별받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각 개인이 위치하고 있는 다른 여러가지 위치들로 인해 다중적인 억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흑인여성 안에서도 흑인 이성애자 여성과 흑인 동성애자 여성이 억압받는 지점이 다른 것이다. 그래서 킴벌레 크렌쇼는 기존의 법과 제도들이 여성들을 한 무리로만 간주할 뿐, 교차하는 여성의 억압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교차성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이다.

2019년 지금 대한민국 페미니즘의 맥락에서 교차성이라는 단어가 어떤 용도로 사용되고 있건간에, 교차성이란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억압이라는 것은 한 가지가 아니라 다차원적이라는 의미. 

유색인종 페미니즘들은 교차성 개념을 통해 억압이 역사, 사회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다차원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페미니즘이 제기한 문제들에 대한 효율적인 해결책을 내려면, 단순한 분석을 지양하고 대신 그 문제들을 경험한 여성들의 역사성의 복잡성(complexity of the historicity)을 반영해야 한다.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 189쪽)

다시 한 번, 억압은 역사, 사회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차원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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