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모르는 것 같이 보여도, 안다고 생각한다. 그 숱한 책들의 세계에서 여자아이들이 이등시민 취급받는다는 사실을. 둘째아이가 9살이던 어느 날, 아이들과 함께 셋이 밥을 먹고 있었다. 책을 많이 읽는 큰아이는 자신이 다 읽은지 오래되어 이제 동생이 읽을 나이가 된 책들이 책장에 가득함에도 동생이 책을 읽지 않는다며 동생에게 책 좀 읽으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바로 앞에 보이는 책장에 '9살 내 인생'이라는 책이 꽂혀있는 것을 발견하고, '저거 봐, 9살 내 인생 읽으면 되네. 너 9살이잖아'라고 했다. 둘째아이는 '싫어. 저거 분명 남자애 얘기일 거야. 재미없어.' 라고 말했다.
내가 이런 책을 읽고 페미니즘 공부와 강의를 하고 다녀도 나는 우리 집 책장에 꽂혀있는 아이들 책을 한 번도 그런 관점에서 평가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그 때서야 깨달았다. 아이 말이 맞았다. 그건 9살 남자아이 이야기였다. 그리고 겨우 9살밖에 안 되어서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이 느껴졌던 아이는 말로 잘 설명할 수는 없어도 온 몸으로 남자아이 서사를 거부하고 있었다. 물론.. 그냥 책을 싫어하는 것도 있다. ㅠㅠ
성평등한 동화책도 좋고, 여자아이가 주인공이고 여자아이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모험하고 용감하고 도전정신 가득한 여자아이를 볼 수 있는 책들을 연령대별로 주욱 목록을 만들어보면 좋겠다. 누구랑 언제 하지.. 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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