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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오늘의 구절

[5장. 전세계의 유색인종 페미니즘(들)] 제1세계, 제3세계?

by 페페연구소 2019. 11. 25.
다시 말해 포스트식민주의 페미니스트들은 유럽중심적 기준이 그들 자신이나 그들의 문제를 정의하거나 혹은 평가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그들은 서구 사회가 국가들을 '제1세계(예를 들면 주로 북반구에 위치한 고도로 산업화된 시장 기반 국가)'와 '제3세계(예를 들면 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경제적으로 고군분투하는 국가)'로 구분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들은 특히 이러한 구분이 어떻게 이전에 식민지였던 국가의 사람들의 권한을 빼앗고, 정당한 지위를 빼앗으며, 그들을 불리하게 만드는지를 점검했다.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 244쪽)

누구를 위한 구분인가. 누가 시작한 구분인가. 제1세계와 제3세계라는 용어가 이 챕터에 등장한다. 그럼 제 2세계는 누구지? 싶어서 찾아보니, 전세계를 제 1,2,3세계로 나누어 부르는 구분은 사실상 미국과 소련으로 대비되던 냉전체제라는 맥락에서 나온 용어였다. 1952년 프랑스의 인구통계학자 알프레드 소비라는 사람이 사용한 용어로, 제1세계는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미국과 서유럽, 제2세계는 공산주의 진영인 소련과 그의 편, 제3세계는 미국 편도 소련 편도 안 드는 나라들을 지칭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대체로 제3세계는 개발도상국이 많았던 것이다. 개발도상국이란 용어도 별로다. developing country. 개발이라고 하는 것이 무엇인가, 개발이 정말 좋은 것인가, 누구에게 좋은 것인가 하는 질문을 얼마든지 던져볼 수 있는 지금에는.

하튼간... 또 이 분류에 의하면 대한민국은 제3세계이고 나는 제3세계 여성인건가. 그럼 OECD 가입국이란 것은 무슨 의미지. 1,2,3세계 분류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인가. 하튼간... 이 별로인 분류에 대항해서 어쨌거나 제3세계 여성들의 식민지성과 그로 인한 억압을 드러내고, 여성으로서의 억압과 식민지배를 받았던 국가의 국민으로서의 억압이 교차한다는 지점을 밝혔다는 데에 포스트식민주의 페미니즘의 의의가 있겠다. 사실 포스트식민주의 페미니즘 한가지만으로도 한 챕터를 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페미니즘을 통해, 주디스 버틀러를 통해 포스트모더니즘을 만났던 것처럼. 포스트식민주의 페미니즘을 통해 포스트식민주의라는 것이 뭔지 좀 더 자세하게 만나볼 수도 있을텐데. 이 챕터에 전지구 페미니즘, 포스트식민주의 페미니즘, 초국가주의 페미니즘의 세 종류를 한꺼번에 묶어 놓았다는 게 그래서 좀 아쉽기는 하다.

파랑이 제1세계, 빨강이 제2세계, 초록이 제3세계라고 한다. 출처: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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