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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요즘 읽는 책들/기타

우리 모두는 자살생존자다 - 우리가 지금 생각해야 할 것 [안드레아 드워킨. 포르노그래피]

by 페페연구소 2020.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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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씨의 죽음 앞에서, 우리 모두는 자살 생존자다. (한겨레 신문 기사 참고) "지적으로 명민하고 윤리적으로 고결하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사람들도" 여자가 남자에게 사용되기 위해 존재한다는 신념을 무의식중에 내면화하고 있는 그냥 보통의 사람일 뿐이다. 비단 포르노 영상을 보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아주아주 오래 전부터 철학과 문학에서, 우리 사회의 모든 문화 속에서, 남성지상주의 문화가 "여자를 그림자로 변환시킴으로써 여자 위에 군림하는 남성의 권력을 영속화"하는 일에 동참해왔다. 박씨도 그저 그런 남자들 중 한 명이었을 뿐이다. 아무리 그가 지적으로 뛰어나고 성실히 일하는 시장이었어도, 아무리 대한민국 최초의 성희롱 사건을 맡아 6년간 진행하고 승소를 이끈데다가 무료 변론을 했던 변호사였어도, 그도 그저 그런 남자들 중 한 명이었을 뿐이다. 그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를 둘러싼 포르노문화를 보아야 한다. 볼 수 있는 눈을 길러야 한다. 그래야 그가 나에게 남긴 트라우마를 딛고 일어서서 피해자와 연대할 수 있다. 지금도 어디선가 나보다 더 심한 고통 속에 있을 피해자를 생각하고, 그 여성을 위해서라도 내가 추스르고 일어서야 한다. 그래야 내 딸들이, 나의 다음 세대가 적어도 숨이라도 쉴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1979년에 쓰여지고 1989년에 개정된 안드레아 드워킨의 '포르노그래피'를 2020년 대한민국에서 꾸역꾸역 읽는 이유다. 이렇게 해서라도 이 썩어빠진 사회에 대한 조금의 대답이라도 찾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나의 작은 시도다. 아니, 이 시도는 작지 않다. 읽기에 고통스러운 책을 읽어내고, 말한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인 행위다. 결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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