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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스터디/Still Failing at Fairness

성평등 교과서 가이드라인

by 페페연구소 2020.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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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각 교과서 저자들 개개인의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소용없다. 그리고 저렇게 된 데에는 아마도 10년간의 백래시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성평등한 대학 교재 개발을 위한 가이드라인.. 우리나라도 그런 것은 없는 것 같다. 

몇 년 전 일이다. 학부에서 평생교육 관련 개론 과목과 평생교육사 자격증 이수를 위한 과목들을 강의했다. 평생교육 관련 일을 하고 싶어서 자격증 과정에 있다는 타 학과 학생이 있었다. 그 학기에는 그 대학의 평생교육 전공 교수님이 안식년이었어서, 내가 평생교육 개론 강의도 하고 심지어 평생교육 실습 과목도 담당하게 되었다. 실습 과목의 교강사는 학생들이 실습 나가있는 기관에 방문하게 되어 있었다. 그 학생이 실습을 하고 있던 기관은 서울의 **구 평생학습관으로, 평생학습관 중에서도 문해교육 거점 학습관이었다.

오랜만에 학교가 아니라 외부에서 만나 반가웠던 그 학생은 그런데 나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교수님 저는 평생교육이 이렇게 여자들만 오는 데인줄 정말 몰랐어요. 제가 생각했던 건 이런 게 아니었어서, 실습을 하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됐어요. 저는 아마 평생교육 안 할 것 같아요." 다소 충격적이었다. 물론 내가 개론과목에서 언뜻 지나가는 말로 언급하기는 했을 것이다. 그리고 교재의 통계표에도 여성 학습자 비율이 높게 나타나 있기도 했다. 나는 그 기관이 문해교육 중점 기관이라서 더 그렇다는 말을 해주었다. 하지만 현장이 이렇게 여자로만 바글거릴 줄 전혀 모르고 실습나간 그 학생의 충격은 그런 몇 마디로 가시지는 않는 것 같아 보였다.

교과서에 여성이 없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그래서 성평등 교재를 위한 가이드라인은 사실상 지금 이 땅에도 절실하다. 근데 연구비를 도대체 얼마나 받으면 저렇게 규모가 큰 연구와 그에 더한 가이드라인 개발까지 가능한 것인가. 이 책의 원 저자인 새드커 부부가 좀 부럽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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